감독 미야자키 고로
목소리 출연 오카다 준이치, 스가와라 분타, 테시마 아오이
제작 스튜디오 지브리 |
수입 대원C&A홀딩스
배급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
등급 전체 관람가
시간 115분 | 2006년 |
상영관 메가박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에게는 20년 동안 품어 온 꿈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반지의 제왕><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히는 <어스시의 마법사>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것. 하지만 원작자 어슐러 K. 르 귄은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데 쉽게 응하지 않았다. 3년 전 어렵게 원작자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하야오는 당시,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태였다. 결국 20년 동안 엇갈리기만 했던 이들의 운명에 다리를 놓은 사람은 하야오의 장남 미야자키 고로. 고로는 하야오 대신 메가폰을 쥐고 <어스시의 마법사> 총 6권 시리즈 가운데 3권을 중심으로 한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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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 ゲド戰記 ⓒ프레시안무비 |
어느 날, 서쪽 바다 끝에 살고 있던 용이 갑작스럽게 인간세계에 나타난다. 이후 작물이 시들고, 가옥이 쓰러지는 등 인간세계는 혼란에 빠진다. 같은 시기, 아렌 왕자(오카다 준이치)도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에 빠져있다. 혼란을 느끼던 그는 급기야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이고 검 하나를 훔쳐 여행길에 오른다. 사막 한가운데서 아렌은 마법사 하이타카(스가와라 분타)를 만나고 그와 길동무가 되어 마을 '호트타운'에 도착한다. 호트타운은 인신매매와 마약거래가 일상이 되어버린 악의 도시. 그곳에서 아렌은 위험에 처한 소녀 테루(테시마 아오이)와 만난다. 한편 영원한 생명을 바라는 마법사 '거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렌과 하이타카를 노리고, 마침내 선과 악의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 용과 인간과 마법사가 공존하는 환상의 세계 어스시(earthsea). 어스시의 세계에서 '이름'은 곧 '정체성'과 같은 뜻이다. 어스시를 배경으로 아렌의 발자취를 따르는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은 아렌과 테루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 안에 '죽음을 인정하는 순간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는 묵직한 전언을 담아낸다. 하지만 아렌의 여정을 따라가는 드라마의 전체 얼개는 너무나 헐겁고, 선악으로 뚜렷이 구분된 거미와 아렌 일당의 대립은 단순하게 병치돼 극적 긴장감을 전혀 만들어내지 못한다. 거기다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아렌의 캐릭터는 일관성 없이 시종 흔들리는 탓에 관객의 감정 이입을 방해한다. 덕분에 '삶과 죽음'에 대한 영화의 진중한 성찰은 가슴을 파고들지 못하고 공허한 메아리로 겉돌 뿐이다.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각각의 개성을 뽐내던 기존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주인공을 축으로 단출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을 택했다. 그러나 주인공 아렌을 비롯한 하이타카, 테루, 거미 등 영화의 주요 캐릭터들은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경쾌한 리듬을 지우고 진중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헐거운 드라마 얼개와 만나 제 맛을 내지 못한 것도 아쉬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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