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무더위와 함께 극장가도 끓어 오르고 있다. 3대 메이저 영화사들을 중심으로 치열한 배급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CJ와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3대 메이저 가운데 현재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사는 쇼박스. 쇼박스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배급하면서 전국 620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다. 전국 총 스크린 수가 1,700개쯤인 것을 감안하면 <괴물>은 전체 스크린 중 1/3이 넘는 스크린을 잠식한 셈이 된다.
. <괴물><한반도><플라이 대디> 스크린수만 1150개 지난 27일 개봉해 일주일 만에 400만 고지를 밟은 <괴물>은 개봉 2주째인 이번 주말에도 620개 스크린을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당초 흥행 결과에 따라 스크린을 더 넓힐 생각이었지만 당분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좌석점유율은 75% 정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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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프레시안무비 |
이에 비해 개봉 4주째까지 450여 개 스크린 수를 유지한 <한반도>는 흥행 하향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 개봉 5주째가 지나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스크린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한반도>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그러나, 서울 50여 개와 전국 260여 개 정도는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봉 4주째까지 전국 4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도 뚜렷한 흥행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배급사인 월트 디즈니는 개봉 5주째에도 200개가량의 스크린을 유지할 계획이다. <괴물>이 620개의 스크린을 독식하고 있고, <한반도>와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이 각각 260여 개와 200여 개의 스크린을 차지하는 '험악한' 상황에서 개봉전을 치르게 된 <플라이 대디>는 그나마 전국 273개 스크린을 잡아 '해피한' 케이스에 속한다. <왕의 남자>로 스타덤에 오른 이준기의 인기에 힙 입어 애초 300개 이상의 스크린을 내다보긴 했지만 치열한 배급 전쟁 가운데 간신히 체면치레를 한 셈이다. CJ엔터테인먼트와 '느슨한 연대'를 맺고 있는 메이저 영화사 시네마서비스가 배급을 맡은 덕이다. 이와 다르게 <스승의 은혜>의 경우 다소 '우울한'상황이다. 영화사 쇼이스트의 배급망을 타고 있는 <스승의 은혜>는 서울 34개, 전국 174개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연령 심의등급도 '18세 관람가'를 받아 흥행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이같은 스크린 확보 전쟁은 다음 주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각설탕>과 <다세포소녀><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 등 8월 10일 개봉하는 7편의 개봉작들은 <괴물> 개봉의 직격탄을 피해 개봉 일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을 잡기 위해 '사투'에 가까운 배급 전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스크린 독점, 올 여름 가장 극렬해 <괴물><한반도><플라이 대디> 등 세편의 영화가 차지하는 스크린 수는 현재 1,150여 개에 이른다. 이를 거꾸로 얘기하면 열편이 넘는 다른 상영작들이 나머지 500여 개 스크린을 쪼개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8월 성수기를 얘기하면서 '스크린 독과점'을 둘러싼 문제가 또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영화 시장의 특징 중 하나로 떠오른 '배급 독점' 현상이 올여름 극장가에도 가장 극렬한 형태로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04년 2월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 단 두 편의 영화가 전체 스크린 수의 52%를 차지하면서 두편 모두 1천만 관객 이상의 흥행기록을 세운 이후, 메이저 배급사의 배급망을 타고 개봉하는 대형 영화 한두 편이 스크린을 독식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2005년 9월에는 <가문의 위기>와 <형사><외출>이 스크린을 싹쓸이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태풍>과 <킹콩>, <해리포터와 불의 잔> 세편이 전체 스크린의 78%를 나눠 가졌다. <미션 임파서블 3>로 시작된 후 근 세달에 이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흥행몰이에 종지부를 찍고, <괴물><한반도> 등의 한국영화가 흥행 열풍을 이끌고 있다고 해서 마냥 좋아하긴 이르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외형적 흥행 수치에 집중하는 대신, 영화 시장 내부의 균형과 다양성을 고루고루 챙기는 것이 한국 영화 시장의 잠재적인 힘을 기르는 길임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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