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은 1990년대 대표적 간첩사건으로, 조작 의혹이 꼬리를 물었지만 1일 발표된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진실위)의 조사 결과 이렇다 할 조작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1992년 10월6일 안기부 발표에 따르면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은 북한이 1995년 적화통일을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대남 공작기구를 총동원, 남한내 북한 공작 현지 지도부를 구축하고 남로당 이후 최대 규모의 남한내 조선노동당을 결성했다는 것이 요지다.
이 사건은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개됨으로써 정권 재창출을 위한 노태우 정권의 공안 조작사건이라는 의심을 사 왔지만 사건의 실체는 있었던 것으로 재확인됐다.
우선 안기부가 발표한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의 총책격인 간첩 이선실은 월북한 제주 출신 `이화선' 이라는 실존 인물로 드러났다.
또 실체 유무에 대한 의혹이 일었던 중부지역당도 실재했던 조직이었다는 것이 진실위의 결론이다.
황인오, 최호경 씨 등이 대외명칭을 `민족해방애국전선'(민애전)으로 하는 중부지역당을 결성하고 강원도당으로 `조국통일애국전선'(조애전)을 조직했으며 산하조직으로 `95년 위원회'를 재편한 `애국동맹'을 뒀다는 사실 등도 재확인됐다.
그러나 진실위는 이들 조직 결성을 주도한 황인오, 최호경 씨 등이 남한조선노동당 또는 남한 내 조선 노동당이라는 단일한 조직을 결성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사건 1차 수사를 맡았던 안기부는 구체적인 증거가 불충분함에도 각기 다른 중부지역당, 조애전, 애국동맹 사건을 기계적으로 결합시켜 남한조선노동당사건이라는 단일 사건으로 부풀려 발표했다는 게 진실위의 판단이다.
즉 정권과 안기부는 처음부터 이 사건을 기획.조작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 선거라는 중대한 시기에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략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안기부가 과장되게 수사결과를 발표함으로써 확인된 사실 조차 의혹을 사게 되고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안기부의 정치개입이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고문 의혹과 관련, 진실위는 비록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지만 일부 구타와 잠 안재우기, 벌세우기, 인권 모욕, 고문 협박 등 여러 형태의 육체적.정신적 가혹행위가 가해졌다는 피의자들의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변호인 접견권 등 법에 규정된 피의자들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실위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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