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2월 버마 상공에서 공중 폭파된 KAL858기 사건과 관련해 당시 정부가 이를 노태우 후보가 출마한 대통령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데에 급급해 국가로서의 책무를 저버렸던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다만 '안기부 자작극설'과 같은 의혹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진실위)는 1일 'KAL858기 폭파사건'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사건 발생 후, 안기부는 물론 범정부 차원에서 KAL858기 폭파사건을 대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활용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AL858기 사건, 범정부적으로 대선 활용 '공작'"
국정원 진실위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 공작', 이른바 '무지개 공작'이라는 계획 문건을 만들었고, 87년 12월10~13일 간 범인 인수 시점에 맞춰 전국적인 집회 개최 및 매스컴 총동원을 위해 'KAL기 폭파사건 북괴만행 규탄 궐기행사 개최계획' 문건 등도 만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에는 또한 안기부 주관 하에 내무, 국방, 문교, 문공, 상공, 교통, 서울시, 치안본부, 반공연맹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설치 운영한다고 명시돼 있는 등, 거의 모든 정부부처가 당시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매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안기부와 외교부는 대선 하루 전날인 12월15일까지 바레인에서 김현희를 압송해 오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발견됐다. 다만 김현희의 압송시점이 15일이 된 것은 바레인 정부의 인도 일자 연기 때문이지 한국 정부가 15일로 특정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진실위는 "안기부를 위시한 관계기관들이 113명의 자국민을 포함해 115명의 인명이 희생된 사건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데 급급했던 것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결론내렸다.
국정원 진실위는 이어 "이런 자세는 졸속적인 수사 발표, 비과학적이고 불철저한 수색, 유가족들에 대한 권위적인 대응, 합리적 의혹 제기들에 대한 무시와 부실한 대응 등을 야기한 근본 원인이 됐다"며 "이로 인해 폭파사건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의혹이 끊이지 않고 지속돼 왔다"고 설명했다.
'안기부 자작극' 의혹 등은 정치일정 맞춘 조잡한 수사결과 발표 탓
국정원 진실위는 다만 '안기부 자작극 의혹', '안기부가 사전에 폭파계획을 알고도 방조했다'거나 '김현희가 안기부 공작원이다'는 의혹 등은 사실 무근인 것으로 결론내렸다.
국정원 진실위는 "1988년 1월15일 안기부가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 정확한 사실 내용을 담은 사건 관련국들 수사기관의 회신문들이 접수된 점을 볼 때, 관련 수사 내용에 대해 최종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수사 발표를 강행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정원 진실위는 "당시 안기부는 국가정보기관으로서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방기한 채 정치권력의 요구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다"며 "이후 최초의 잘못된 정보를 검증 절차 없이 고수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보를 의도적으로 회피, 무시하는 등 고압적인 자세가 최초의 오류를 지속시켰다"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