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등 완성차 4사 노조를 비롯한 금속연맹 내 대규모 단위노조들이 산별로 전환해 초대형 산별노조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기존 산별조직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사용자 연합단체인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중앙교섭을 타결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중앙교섭에서 '법적기준을 상회하는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이를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에게도 적용'하며 '퇴직금, 연월차휴가, 생리휴가, 주휴, 법정공휴일을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등 기업별 노조 차원에서는 거론하기 쉽지 않은 비정규직 처우개선 조항을 관철시켜 '산별노조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의 적용대상에서 파견제 노동자들이 제외됐다는 점에서 그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에게도 법적 기준 넘는 최저임금 적용
26일 오전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과 금속사용자협의회 박헌승 회장은 120일 동안의 지리한 교섭 끝에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들은 △금속산업 최저임금 월 83만2690원(시급 3570원) 및 이의 비정규직, 이주노동자까지 적용 △신기계, 신기술 도입 시 30일 전 통보 △공장이전(연구소 포함) 시 70일 전 통보 및 노사합의 △중앙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조합활동시간 유급 보장 △직접생산공정(조립·가공·포장·도장·품질관리 포함) 사내하청 노동자의 퇴직금·연월차휴가·생리휴가·주휴·법정공휴일 동일적용 등에 합의했다.
또한 이들은 부속합의로 △사용자협의회 가입회사의 중앙교섭 합의 준수 △기본협약 유효기간 갱신 △개별교섭에서 중앙교섭 사항을 상회해 타결할 경우 그에 따른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 6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3480원, 월환산 78만6840원이다. 또한 많은 영세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이 그대로 임금'인 경우가 허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금속노사가 법적기준보다 5만 원 가량 높은 산업 최저임금에 합의한 것은 실질적 임금인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노사가 합의를 이룸에 따라 금속노조는 곧 지부 집단교섭과 지회보충교섭 절차를 밟게 된다. 금속노조는 대체로 지역별 지부 조직과 사업장별 지회조직을 갖추고 있다.
중앙교섭에서 산업 전체의 노동조건을 타결한 이후 지부, 지회 조직에서 사업장 별 임금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 합의하는 것은 산별노조 단체교섭의 전형적 모델이다.
금속 노사는 지난 2003년부터 중앙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사용자들이 정식으로 협의회를 구성해 단체협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간은 한시적 임의단체를 구성해 협상에 임했던 것. 금속사용자 단체들이 최초로 협의회를 구성한 것에 대해서는 거대 금속산별노조 출범을 대비한 '전열정비'라는 분석도 있다.
파견제 비정규직 노동자 포함 못 시킨 한계도
금속노조가 '산별의 힘'으로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이끌어냈지만 이번 교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규직 조합원과 퇴직금, 휴일 등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범위가 직접생산공정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한정됐다는 한계를 노출했다는 것이다. 경비, 구내식당 노동자 등 파견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번 합의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
현재 금속노조 홈페이지 등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비판적 의견과 함께 "잠정합의안을 거부하자"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좀 더 근본적 문제의식을 가진 조합원들 중심으로 그런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합의안이 뒤집힐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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