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뷰 포인트] 커피와 담배 Coffee & Cigarettes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뷰 포인트] 커피와 담배 Coffee & Cigarettes

각본,감독 짐 자무시 출연 로베르토 베니니, 스티브 부세미, 이기 팝, 톰 웨이츠, 케이트 블랜쳇, 알프레드 몰리나, 스티브 쿠건, 빌 머레이 수입,배급 스폰지 |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97분 2003년 | 상영관 스폰지하우스 종로 <커피와 담배>는 짐 자무시 감독이 거의 16년 만에 완성한 단편 옴니버스 영화다. 짐 자무시는 1986년 6분짜리 <자네 여기 웬일인가?> 편을 시작으로, 커피와 담배라는 두 가지 기호식품이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과 어떤 관련을 맺는지를 관찰하는 일련의 단편영화들을 찍어왔다. <커피와 담배>의 모두를 장식하는 <자네 여기 웬일인가?>는 <다운 바이 로><지상의 밤> 등 자무시의 영화에 출연했던 이탈리아 감독 겸 배우 로베르토 베니니가 출연하는 작품이다. 허름한 카페에서 로베르토가 스티븐을 만나서 허탈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다가, 결국 로베르토가 스티븐의 치과 치료 약속에 대신 가게 된다는 설정으로 끝난다.
커피와 담배 Coffee & Cigarettes ⓒ프레시안무비
이 첫 번째 단편 이후 짐 자무시는 두 편의 단편을 더 만들어 먼저 선보였다. <커피와 담배: 멤피스 버전>이라는 제목으로도 불렸던 <커피와 담배 2>(1989)는, 이번 옴니버스 영화에 <쌍둥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스티브 부세미가 웨이터로 출연해 카페에 앉아 노닥거리며 토닥거리고 있는 흑인 남녀 이란성 쌍둥이와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는 얘기다. 세 번째 단편은 1993년 칸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캘리포니아 어딘가에>다. 이기 팝과 톰 웨이츠가 출연해 카페에서 금연에 대해 토론을 하다가 '담배를 끊었으니까 한 대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서로 담배를 피워 문다는 내용이다. 본명으로 출연하는 이들은 카페의 주크박스에 서로의 노래가 있는지 없는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우리는 커피와 담배 세대야. 커피를 주문하면서 반드시 파이를 주문하는 세대와는 다르지"라는 이들의 대사는 <커피와 담배>의 정서를 단적으로 요약한다. 건강에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그 중독성에서 벗어나기 힘든 커피와 담배. 그것은 이 인물들의 어색한 대화 사이에 놓인 침묵의 간극을 채워주는 공기 같은 존재다. <커피와 담배>가 선사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짐 자무시의 친구들'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언더그라운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캐스팅이다. 케이트 블랜쳇은 <사촌>에서 우아한 여배우와 불만 많은 그 여배우의 사촌을 동시에 연기한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얼터너티브 록 신의 핵탄두로 급부상하면서 수차례 그래미 상을 수상한 록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두 멤버, 잭 화이트와 멕 화이트는 <잭이 멕에게 테슬라 코일을 선보이다>에서 테슬라 코일을 통해 전류를 생성하는 문제를 두고 티격태격한다. <스파이더맨 2>의 닥터 옥토퍼스 알프레드 몰리나와 <24시간 파티 피플>의 스티브 쿠건은 <사촌 맞아?>에서 할리우드 영화 비즈니스의 허영과 속물 근성을 그럴듯하게 풍자한다. <흥분>에서는 우탕클랜의 멤버 RZA가 커피를 주전자째 들이마시는 웨이터 빌 머레이에게 대체의학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커피와 담배>는 현대인의 일상과 의사소통의 단절을 파고드는 섬세한 관찰 보고서 같은 영화다. 우리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하릴없이 농담 따먹기를 하는 바로 그 순간, 짐 자무시는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을 낚아 올린 뒤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소소한 일상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커피잔과 담배갑과 재떨이는, 극중 서로 다른 인물들이 커피잔을 들고 건배를 하는 장면만큼이나 자주 등장한다. 바로 그 반복되는 순간을 통해 우리의 시간과 생활과 삶과 인생이 층층이 쌓여가는 것이다. <커피와 담배>는 일상의 미학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서늘한 유머까지 갖춘, 거장 짐 자무시의 통찰력이 매순간 빛을 발하는 수작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