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스케키>가 지난 7월 18일 오후 명동 신세계백화점의 문화홀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아이스케키>는 지난 해 <안녕, 형아>에 이어 MK픽처스가 제작한 두 번째 가족영화. <아이스케키>는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겠다고 나선 10살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이스케키>처럼 가족과 가족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충무로의 한 흐름이 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가족영화의 원전 격이 되는 작품은 2002년 이정향 감독이 만든 <집으로...>. 이 영화는 관객 150만 명이라는 예상밖 흥행성적을 거두며 가족영화가 상업영화로서도 충분한 힘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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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케키> 제작보고회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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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크고 작은 가족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됐다. 2004년에 발표된 <가족>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관객 195만 명을 기록했고, 지난 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이었던 <말아톤>은 500만 관객 이상을 모으며 국민영화로까지 등극했다. 불치병에 걸린 형을 바라보는 아이의 성장담을 그린 <안녕, 형아>는 120만 관객동원과 함께 아역 배우 박지빈을 제1회 뉴몬트리올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까지 만들었다. 얼마 전 개봉한 <맨발의 기봉이>와 <호로비츠를 위하여>도 모두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다. 곧 개봉될 작품으로 말과 소녀와의 우정을 다룬 <각설탕> 역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영화시장, 가족단위로까지 파고든다 자극적인 소재나 극적 갈등이 없는 가족영화에 관객들은 적지 않은 호응을 나타내는 것은 왜일까? 말 그대로 따뜻한 가족애를 그리고 있기 때문인데 그 말은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가족애에 대한 결핍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낸다. 과거에 대한 향수와 애틋한 모정이라는 '신파적 감성'에 열광하는 것은 사람들이 바로 그 '신파'에 목말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금에 줄지어 나오는 한국형 가족영화는 사람들의 그같은 감성의 틈새를 공략하며 새로운 시장을 구축하려 하고 있는 셈이다. MK픽처스의 심재명 대표은 반면, 가족영화들이 선전하는 요인으로 '멀티플렉스의 확장'을 꼽기도 한다. 심재명 대표는 "현재 전국적으로 1500여 개의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다. 최근엔 포화현상을 보이면서 주택가로까지 파급되는 상황이다. 이는 곧 영화관람행태가 가족 단위의 시장으로까지 파고들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심재명 대표는 또 "관객들의 영화취향이 한국영화에 많이 편중돼 있다는 점 역시 가족영화가 시장성을 가져가는데 있어 낙관적인 전망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조용히 일고 있는 가족영화 제작 붐은 분명 이 영화에 대한 수요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가족영화가 흥행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좌표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은 곧 우리 영화장르의 다변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관객층이 보다 세분화되고 있으며 가족을 단위로 타깃화 함으로써 관객 연령층을 보다 확장시키려는 의도가 성공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제작보고회에서 MK픽처스는 앞으로도 가족영화를 꾸준히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스케키>이외에도 MK픽처스는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현재 제작중이다. 적은 제작비로 적절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비교적 제작이 '손쉬운' 작품들이라는 판단때문이다. 가족영화가 현재 불황에 빠져 있는 충무로의 매력적인 장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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