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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냐 총선출마냐", 盧 측근들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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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냐 총선출마냐", 盧 측근들의 고민

<분석> 1년 앞둔 총선, 전략배치구상 시작됐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청와대 비서실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청와대를 정무라인과 정책라인으로 구분하고 우선 정무라인 인선은 조기에 매듭짓겠다는 것이 애초 방침이었다. 정책라인의 경우 조기 결정될 경우 인수위원회의 힘이 빠지는 부작용을 고려, 인선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러나 정무라인도 당초 예상보다 인선이 늦춰지고 있다.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내정 사실이 발표된 것이 지난 8일이다. 벌써 20일이 흘렀다. 그런데 그간 문재인 민정수석, 박주현 국민참여수석만 추가로 확정되었을 뿐이다.

물론 언론에 미리 새나가는 바람에 문희상 실장과 유인태 수석의 발표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지긴 했다. 그러나 이 점을 감안한다 해도 청와대 정무라인 확정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인수위에선 청와대 직제개편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실제 직제개편안이 확정될 듯하다가 여러 차례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인 듯 하다.

그러나 이 배경엔 중요한 한 가지 요인이 깔려 있다. 바로 총선에 출마할 사람과 청와대에 입성할 사람 사이의 역할분담에 대해 명확한 전략구상이 세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출마해서 금배지를 노리느냐, 아니면 청와대에 들어가 국정을 주도할 것이냐. 노 당선자 주변 핵심측근들의 최대 고민이다.

또한 이들의 고민을 어떻게 수렴해서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더 나아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민주당의 전반적인 공천물갈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 낼 것인지, 노 정권 1기 정치 분야의 최대 고민은 이미 시작됐다.

***김한길 “지역구 지키겠다”**

김한길 당선자 기획특보. DJ 당선에도 큰 공을 세웠고,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거쳐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현재는 민주당 구로을 지구당 위원장. 이번 대선에서도 미디어본부장을 맡아 노무현 당선자의 TV토론을 총괄했다.

정가 소식통에 의하면 TV토론 준비과정에서 김 특보는 ‘방송용 어법’에 대한 조언은 물론 세세한 정책쟁점에 이르기까지 적확한 답변을 제시해 노 당선자로부터 큰 칭찬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일등공신인 셈이다.

DJ 정권기의 화려한 경력과 이번 대선에서의 공이 겹쳐 그간 김 특보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홍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방송위원장, KBS 사장 등 각종 요직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김 특보는 27일 "대선에서의 공이 기득권으로 연결된다면 그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새 정부 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그는 "지역구를 떠나는 자리는 맡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17대 총선 출마의지를 피력했다. 또 “지역구를 지키겠다, 겸임할 수 있는 자리를 달라는 의미가 아니다”며 ‘공직 포기’ 입장에 못을 박기도 했다.

***안희정 “정치적 업그레이드 위해 결심”**

얼마 전 유사한 일이 이미 있었다. 노 당선자의 386 세대 보좌진 가운데 최측근의 하나로 꼽히는 안희정 전 비서실 정무팀장의 경우다.

당시 안 팀장은 "노 당선자가 평소 말해왔던 것처럼 성숙한 동업자가 되기 위해, 나 자신이 정치적으로 성장하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결심한 것"이라며 청와대 입성 대신 당에 남아 총선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고향이 충남 논산이어서 출마를 배제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며 "유.불리를 따지거나 안정적으로 하는 선거가 아닌 의미 있는 선거를 하고 싶다"고 지역구까지 못 박아 2004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일각에선 그가 ‘나라종금 퇴출로비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점이 청와대 입성에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또 앞서 언급한 김한길 특보 역시 방송계와 관계에 ‘거부세력’이 많고, 심지어 언론단체 세미나 등에서 ‘기회주의자’라는 공개비판까지 받았기 때문에 공직에서 배제되느니 먼저 포기 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물론 두 사람의 처신에 모두 그런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지역구 떠나는 자리 맡기 어렵다” “정치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결심했다”는 두 사람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줄 필요가 있다.

청와대 입성보다는 금배지 쪽을 선택한 것이다.

***비서실 입성이냐 총선 출마냐 고민**

이 두 사람뿐이 아니다. 그간 알려진 바에 의하면 경선캠프를 지휘했고 대선 때는 정무특보로 활약한 염동연씨와 이강철 민주당 개혁특위 위원은 전남과 대구지역 등에서 내년 총선에 나설 것이라 한다. 부산지역 젊은 참모진의 핵심인 정윤재 인수위 전문위원(부산사상구 지구당위원장) 역시 총선 출마가 확정적이라 한다.

반면 또 다른 386 핵심인 이광재 당선자 기획팀장은 출마와 청와대 입성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청와대 쪽으로 입장을 굳혔다고 전해진다. 그밖에 서갑원 의전팀장, 윤태영 공보팀장, 여택수 수행비서 등 다른 386 참모들 역시 비서실에 남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처럼 이름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있다. 오래전부터 노 당선자를 보좌해 온 측근 그룹, 경선과정에 합류한 그룹, 대선 선대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실무진들, 또 인수위에 참여한 사람들까지 노 당선자의 당선을 이끌어 낸 핵심 인물들이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노 당선자와 민주당으로서는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요직을 담당해 정권 출범초기 국정을 주도해야 할 사람들이고, 또 다른 한편 ‘노무현 당선’을 이끌어 낸 변화와 개혁 바람을 현장에서 일으켜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기도 하다.

과연 어느 쪽이냐?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도 깊고, 그만큼 전략적 배치의 구상도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출마 결정해도 자력으로 싸워 이겨야**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이젠 개개인이 아무리 출마 쪽으로 입장을 굳혀도 출마 자체가 가능할지 자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 같으면 대통령의 낙점은 곧 공천이었다. 그러나 당정분리가 실천된 마당에 노 당선자는 현재 민주당의 평당원일 뿐이다. 또 하향식 공천제도 자체가 없어졌다.

물론 노 당선자는 형식상 평당원이지 내용상으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총선 출마자를 지구당별 경선으로 선출할 경우 노 당선자의 추천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노 당선자의 영향력에 대한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기존 현역 의원, 지구당위원장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당정분리, 총선후보경선제를 무기로 강력히 맞서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고자 하는 노 당선자의 측근들은 상당 부분 자력으로 그 힘겨운 싸움을 통과해야 한다. 노 당선자의 후광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게다가 그간 이렇다 할 경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YS 정부 때의 김영춘, 이성헌 의원, DJ 정부 때의 장성민 전 의원처럼 정권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해서 경력을 만들고, 또 국정을 이끌면서 이모저모 총선 출마채비를 갖출 여유를 가질 수도 없다.

총선은 불과 1년 뒤이며, 노 당선자 스스로 총선 출마할 사람은 내각과 청와대에 기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노 당선자의 총선전략 고민 이미 시작**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은 더더욱 깊어진다.

또한 “내년 총선에서 지면 ‘반통령’이 된다”며 민주당을 향해 총선 승리를 위한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노 당선자의 머릿속도 복잡하다.

개혁적 마인드를 갖추고 자신과 호흡을 맞춰 대선 승리를 이끌어 낸 사람들, 이들을 청와대에 포진시켜 국정개혁을 이끌어야 한다.

또 동시에 이런 사람들이 당 개혁에 앞장서고, 총선에 나가 정치개혁을 이끌도록 해야 할 필요도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사람 한 사람 지역구까지 정해 공천을 확정지어줄 힘도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다.

이런 고민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 개개인의 고민, 노 당선자의 고민, 민주당 전체의 고민을 어떻게 조합해서 어떤 전략적 배치와 방법으로 풀어갈 것인가.

국정개혁에 못지 않은, 아니 어쩌면 앞으로 1년 동안은 국정개혁 보다 훨씬 더 중요할지도 모를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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