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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이런 뮤지컬 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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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이런 뮤지컬 영화가?!

[FILM FESTIVAL] 제10회 부천영화제 개막작 <삼거리 극장>

뮤지컬 영화라면 그동안 한국 관객들에게는 할리우드 전용 장르 영화들로만 인식돼 왔다. 그런 면에서 제10회 부천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삼거리 극장>은 한국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의미있는 작품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삼거리 극장>은 불특정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청승맞게 노래를 부르던 소단의 할머니는 활동사진을 보러 간다며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소녀 소단(김꽃비)은 딱히 할 일도 없고, 할머니도 찾을 겸 삼거리 극장 매표소 직원으로 취직한다. 휑한 극장안 분위기처럼 썰렁한 표정인 네 명의 직원 그리고 죽지 못해 안달이 난 사장(천호진)까지, 이 극장은 어딘가 수상하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이 꺼진 극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소단 앞에 극장 직원들이 수다스럽고 기괴한 혼령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밤마다 춤과 음악의 향연이 펼쳐지고 소단은 혼령들과 유쾌하고 비밀스러운 밤을 보낸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삼거리 극장> 주연들ⓒ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혼성모방의 기이한 '짬뽕' 뮤지컬 결론부터 말하자면 <삼거리 극장>은 음악과 미술, 이야기가 적절히 세공된 뮤지컬이다. 연극과 영화, 춤, 미술 등 다방면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전계수 감독은 '마치 고기가 물을 만난 듯'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이번 작품으로 첫 장편영화를 만든 전계수 감독은 데뷔감독답지 않은 솜씨로 난리법석의 이야기 구조를 하나의 리듬과 색조로 꾸며내는데 성공했다. 극장 안 혼령들의 사연이라는 독특한 이야기는 음악과 함께 활발하게 펼쳐진다. 짐짓 음울하면서도 경쾌한 노래와 퍼포먼스는 영화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문다. 옛 정서를 환기시키는 고풍스러운 세트와 꿈과 현실을 오가는 추상적인 영상은 관객의 눈을 현혹시킨다. 무엇보다 <삼거리 극장>은 드라마와 뮤지컬의 이음새가 매끄럽다. . 판타지 속의 판타지를 추구하다 독특한 형식과 기묘한 분위기를 취하며 영화는 계속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21세기 어디쯤에서부터 일제시대의 과거로까지 돌아간 <삼거리 극장>은 영화속 '삼거리 극장'에서 또 다른 영화 한 편을 보여준다. 영화속 영화는 혼령들이 살아있었던 시절에 촬영했던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작품이다. <소머리 인간 미노수 대소동>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속 영화는 소단의 할머니가 찾아 나선 바로 그 영화이기도 했다. <삼거리 극장>의 기이한 환상적 분위기는 이 조선 최초의 영화가 보여주는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로 더욱 강화된다. 소단의 할머니가 젊은 시절 주연한 <소머리 인간 미노수 대소동>을 통해 전계수 감독은 자신의 온갖 영화적 욕구와 욕망을 드러내고 혼합해 낸다. 괴수 영화에 대한 오마쥬가 나오는 가 하면 그리스 신화와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여주기도 하고, 자신의 B급 취향과 심지어 날선 사회의식까지 나타낸다. 영화는 유머와 해학, 희극과 비극을 오가며 때론 정체불명의 모습을 띤다.
삼거리 극장 ⓒ프레시안무비
영화는 음악을 타고? <삼거리 극장>은 이야기나 형식 모두 겉으로는 중구난방인 것처럼 보인다. 느슨한 서스펜스 구조를 통해 이야기를 하나로 엮으려 하지만 그것 역시 결국 시도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혼령들의 난장과 느닷없이 시작된 소단의 취직생활 등등. 하지만 어느새 이 난리법석에 빠져들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이야기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셈이다. 독특한 분위기와 색다른 정서를 맛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충분히 전달된다. 아마도 그것은 영화의 시작을 '이야기'가 아니라 아니라 '음악'으로 삼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계수 감독은 이번 영화를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아트록 밴드 '데빌 달' 음악처럼 만들 생각이었다. 그는 영화속 노래와 미술, 심지어 이야기 자체까지 데빌 달의 음악이 되기를 원했다. 한 곡이 한 시간 가량 되는 데빌 달의 음악을 배경으로 <삼거리 극장>의 인물들은 호러와 로맨스, 비극의 판타지를 펼친다. 이야기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존재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그 지점에서 찾아진다. 장르를 탈피하고 이야기를 해체함으로써 오히려 새로운 형식미학의 영화를 완성해 낸 셈이다. 본격적인 뮤지컬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삼거리 극장>은 9억 원의 저 예산으로 만들어졌다. <삼거리 극장>에는 작가의 취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술의 본질은 음악에 있다고 생각하는 듯 감독은 영화의 기본 형식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정통 뮤지컬 영화를 만들어냈다. <삼거리 극장>은 <물랭루즈>나 <시카고>와 같이 모던하고 화려한 뮤지컬 영화가 아니다. 그보다는 <록키호러픽쳐 쇼>나 <헤드윅>과 같은 컬트형 뮤지컬 영화에 가깝다. 지금껏 이렇다할 뮤지컬 영화가 없었던 국내 영화계에서 <삼거리 극장>의 성과를 말하는 것은 다소 이른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상업주의와 작가주의가 적절히 결합된 '웰메이드 작가주의형'의 <삼거리 극장>은 새로운 영화적 재미를 만들어 낸 '한국형' 뮤지컬 영화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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