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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돌진적 개방', 성공할 수 없다"

[한미FTA 뜯어보기 52]조희연 교수 "6월항쟁 계승했다는 정부가 박정희 흉내"

"1987년 6월 항쟁을 계승한 참여정부가 한미 FTA 추진과정에서 보이는 모습은 박정희 정권의 정책집행 방식과 닮았다. 그러나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현 정부가 같은 방식을 택한다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세계화, FTA, 그리고 한미 FTA,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11일 서강대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정희의 '돌진적 근대화'와 노무현의 '돌진적 개방', 서로 닮은 꼴"

조 교수는 이날 '한미 FTA와 신자유주의 시대의 돌진적 개방'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에 '돌진적 개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조 교수는 "1960~70년대에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수출 주도형 산업화 과정이 '돌진적 근대화'에 해당한다면 현재 참여정부가 관료적 편의주의와 비밀주의에 기대어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은 '돌진적 개방'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 2월 기습적으로 한미 FTA 협상 개시를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진행된 협상의 상황이 박정희 정권의 정책추진 과정과 닮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한미 FTA 협상은 한국사회 구성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관료들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협상의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박정희 정권의 정책추진 과정과) 더욱 닮았다"고 덧붙였다.

30~40년의 간격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상황이 재연되는 이유에 대해 조 교수는 "미국과의 관계를 확대하면 무슨 일이건 다 잘 될 것이라는 '대미의존 의식'의 관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대미의존 의식'의 형성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동아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거대한 친미적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일본이나 유럽에 대해서는 침략과 지배를 당한 경험을 갖고 있는 반면 미국으로부터는 직접적인 지배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강력한 해방자'의 이미지로 동아시아 대중에게 다가왔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 미국에 의존하는 경제적 근대화 모델이 잘 작동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960~70년대 동아시아 국가들은 친미적 성격의 '돌진적 근대화'를 통해 일정한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했다.

"과거에 성공한 '돌진' 모델, 지금은 성공할 수 없어"

하지만 조 교수는 과거 일정한 성취를 가져왔던 '돌진적인' 모델은 이제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의 '돌진적 근대화' 모델이 일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이 치열한 냉전의 현장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성과를 홍보하는 '쇼 윈도'로서 한국을 바라봤을 뿐 경제적 이익 추구의 장으로 여기지는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에는 한국경제의 규모가 너무 작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시의 후진국형 경제구조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 속에서도 중소기업이 위계적인 관계에서나마 동반성장을 누릴 여지가 있었다.

조 교수는 30~40년이 지난 지금 이런 조건이 모두 바뀌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세계 10위 무역대국인 한국을 단지 정치군사적 관계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또 과거 대기업 중심의 성장에 따른 성과가 국내의 다른 부문과도 일정하게 공유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시장개방의 결과로 특정 부문의 경쟁력이 강화돼도 그 성과가 다른 사회부문과 공유될 수 있게 하는 기제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 교수는 "오히려 대기업이 성장하면 국내의 고용은 감소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민주정부가 '돌진적 개방'의 주체가 되는 역설

그렇다면 정부가 사회의 일부 구성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따름인 '돌진적 개방'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현 정부는 1987년 민주화 투쟁의 성과를 부분적으로나마 이어받은 정부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런 의문은 더욱 증폭된다.

조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1987년 6월 항쟁으로 독재정권이 붕괴된 이후 정당의 민주적 개혁, 부패정치의 투명화 등과 같은 정치적 개혁은 다소 이루어졌지만 경제적 개혁은 답보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개혁은 독재 하에서 왜곡된 경제구조의 민주적 개혁과 시장의 자율성 회복이라는 두 가지 차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거치며 전자의 개혁과제는 외면당하고 후자의 과제만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만약 1960~70년대처럼 서구에서 사회민주주의가 득세하던 시절에 한국의 민주화가 진행됐다면 시장과 경제에 공적 규제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경제적 개혁의 과제로 부각됐을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전개되는 민주화는 경제적 개혁에 이와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개혁하는 것이 경제적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가 민주화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조 교수는 이런 상황이 1987년 6월 항쟁을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현 정부로 하여금 박정희 정권을 연상케 하는 '돌진적인' 방식으로 시장개방을 추진하게 하는 역설적인 현실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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