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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밖에도 영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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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밖에도 영화가 있다

[이슈 인 시네마] 쏟아지는 작은 영화들, 틈새 노린다

올 여름 극장에는 수퍼맨과 엑스맨, 해적 일당들의 한판 승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돌아온 영웅대전의 틈새를 메우는 영화들이 있다. 바로 삶과 사랑에 대해서 조용히 읊조리는 작은 영화들이다. 최근 다양한 국적과 각양각색의 표정을 가진 작은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되고 있다. 이미 상영 중이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은 영화들이 10 여 편을 훌쩍 넘는다. 극장의 한 켠에 자리잡은 작은 영화들은 사색적인 표정으로 관객에게 친밀한 말을 건넨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싱가폴 영화 <내 곁에 있어줘>의 흥행은 작은 영화의 소중한 성과를 보여준다. 월드컵과 여름 블록버스터들의 파상공세에도 꾸준히 관객몰이를 했던 <내 곁에 있어줘>는 8주 간 장기상영을 하며 관객 1만2천명을 동원했다. 영화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고전하는 예술영화시장과 영화의 규모를 고려해볼 때 1만 2천명이라는 관객수는 대박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내 곁에 있어줘>의 뒤를 잇는 작은 영화들 또한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다. <클림트>와 <티켓>, <라스트 키스>, <내 남자의 유통기한>, <친밀한 타인들> 등이 현재 상영 중이고, 짐 자무시의 <커피와 담배>를 비롯해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 <고래와 창녀>,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가 올 때>가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 작은 영화들의 힘은 관객 위 영화들은 보통 단관 개봉이나 두 세 개 상영관 개봉으로 그치는 작은 영화들이다. 그러나 이 작은 영화들이 관객과의 교감에 성공하면서 큰 기복 없는 흥행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오히려 영화에 대한 호의적인 입소문은 관객동원의 뒷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현재 <라스트 키스>를 상영중인 씨네큐브의 송근이 팀장은 "흥행하는 작은 영화들의 특징은 개봉 첫 주보다 갈수록 관객 수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 중에는 장기상영에 돌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라스트 키스> 또한 현재 2,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내 곁에 있어줘>와 같은 상승세라고 한다. 이외에도 스폰지가 수입, 배급한 <클림트>는 개봉 2주 만에 관객 1만 여명을 넘어서며 흥행 대열에 들어섰다. 작은 영화들의 잇따른 개봉과 흥행에는 무엇보다 매니아들의 애정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기 쉽지 않은 작은 영화들이 애초부터 염두해 두는 것은 소수의 매니아들이다. 작은 영화들을 수입한 관계자들이 이 영화들의 힘으로 공통적으로 꼽는 것도 이들의 지지와 입소문이다. <내 곁에 있어줘>의 영화홍보사 프리비젼의 고정윤 마케터는 영화 흥행에 대해 "작은 영화다 보니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홍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었다. 그래서 매니아층을 공략해 입소문을 내는 것에 주력했다. 영화 자체의 탁월한 작품성도 있었겠지만 이 점이 흥행에 주효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많은 예술영화들을 상영하는 씨네큐브는 이런 점을 잘 알고 특정 회원들을 관리하는 멤버쉽 프로그램제도를 운영 중이다. 씨네큐브의 송근이 팀장은 "소위 예술영화라는 작은 영화에 대한 수요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래서 관객을 무작정 확대하기 보다 일단 확보한 관객들을 유지하며 천천히 관객층을 넓혀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고 설명한다. . 작은 영화들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그러나 아무리 충성도가 높은 매니아가 있다 해도 영화시장에서 소수의 관객들로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작은 영화시장 내부를 좀더 들여다보면 이 영화들의 명백한 한계점들이 보인다. 1차적인 문제는 상영관 확보의 어려움이다. 이는 대부분의 작은 영화들이 단관 개봉으로 시작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프리비젼의 고정윤 마케터는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하는 작은 영화들은 극소수일 뿐이다. 대부분 영화의 성패는 개봉 첫 주에 달려 있다. 그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스크린 확보는 필수다. 소수 매니아들에 의지해 영화를 알리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씨네큐브의 송근이 팀장이 말하는 현재 한국영화시장에서 비주류 영화들의 실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요즘 작은 영화들의 관객수는 1만5천명을 모은 3년 전 <팻걸>과 비교해 볼 때 절반수준이다. 게다가 10년 전 <희생>이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사실에 비춰보면 하락세는 더욱 뚜렷하다. 최근에는 1만 명의 관객이면 흥행이라는 말이 나온다. 협소한 관객층과 그에 파생된 적자 시스템이 문제다. 10년 전 작은 영화 관객들이 지금 매니아층을 이루는 관객들이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층은 멀티플렉스 환경에서 자라 대작 오락영화들을 접한다. 이들은 비주류 영화들을 어려운 영화라 생각하며 기피한다. 이렇게 좁은 관객층은 현재 영화시장의 양극화 심화 현상을 낳았다. 관객이 뜸한 곳은 예산부족에 시달리고 상영관을 잡지 못해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러한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 작은 영화들을 수입하는 영화 관계자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씨네큐브나 스폰지하우스처럼 영화자체보다 극장의 브랜드파워 구축과 관객층을 두텁게 하는 멤버쉽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한 영화관계자의 말대로 현재 잇따라 개봉되는 작은 영화들의 활발한 개봉은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다만 그 동안 영화인들의 노력이나 관객들의 지속적인 애정이 작은 결실을 보는 것뿐이다. 아직도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 시장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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