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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저 조니 뎁의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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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마저 조니 뎁의 매력에 빠지다

[특집] <캐리비안의 해적 2>가 첫주 150만 관객 모은 이유

조니 뎁(43)은 스타란 호칭이 어울리지 않는 배우다. 아니, 조니 뎁은 스타이기를 거부하는 스타다. 십대시절 TV 아이돌 스타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조니 뎁은 이십대부터 마흔을 넘은 최근까지 '박스 오피스 독약' 이라고 불릴 만큼 흥행과는 거리가 먼 배우였다. 그 자신도 블록버스터 흥행작 대신 팀 버튼(<가위손>, <에드 우드>, <슬리피 할로우>, <찰리와 초콜릿 공장>), 라세 할스트롬(<초콜렛>), 존 워터스(<크라이 베이비>), 에밀 쿠스트리차(<아리조나 드림>), 짐 자무시(<데드맨>), 테리 길리엄(미완성작인 <라 만차의 사나이>) 등과의 작업을 선택하며 스스로 할리우드와 거리를 뒀다. 심지어 그는 프랑스 여배우이자 가수인 바네사 파라디와 결혼해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보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고 있다. 전세계의 열혈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큰 흥행작은 없는 스타, 반듯하고 완벽한 톰 크루즈와는 정반대 스타일과 이미지를 지닌 비딱한 아웃사이더,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의 조니 뎁이었다. 그런 그가 달라졌다.
조니 뎁 ⓒ프레시안무비
조니 뎁이 달라졌다기보다는 그의 흥행파워가 달라졌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말이다. 지난 7일 북미지역 4133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첫날에만 5554만 9000달러를 포함해 일요일까지 3일동안 총 1억 3200억원(약 1251억원)을 거둬들였다. 역대 개봉 첫주말 최고 흥행수입(종전 기록 <스파이더맨>의 1억 1400만달러)과 첫날 최고흥행기록(<스타워스 2:시스의 복수>의 5001만달러)을 가볍게 뛰어넘은 성적이다. 국내에서도 첫주 개봉성적만 전국 약 150만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기록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명실상부하게 '조니 뎁에 의한, 조니 뎁을 위한' 영화란 점에서 조니 뎁의 스타파워가 이뤄낸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고한 아트영화 전문배우'쯤으로 인식돼왔던 조니 뎁은 두 영화의 성공으로 비로소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에게나 친숙한 배우로 재인식됐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톰 크루즈 등과 함께 개런티 '2000만달러' 클럽에 드디어 가입하게 됐다. 그렇다면 다시 되돌아가서, 조니 뎁은 정말 달라진 것일까. 이제 그는 큰 돈과 큰 인기를 만지고 누릴 수 있는 흥행대작영화에 몸을 던지기로 작정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니 뎁은 여전히 조니 뎁이다. 그가 <캐리비안의 해적> 2편의 개봉을 계기로 해외언론들과 가진 인터뷰 기사를 살펴보면 조니 뎁은 영원히 성장하지 않는 피터팬을 여전히 가슴에 품은 배우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몇몇 기사들을 재구성한 조니 뎁의 인터뷰. - <캐리비안의 해적>에 출연 결심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몇 해 전 아이들(7살난 딸 릴리 로즈와 4살짜리 아들 잭)과 함께 디즈니랜드를 놀러갔다가 딕 쿡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디즈니 영화들을 아이들이 좋아하더란 이야기를 하면서, 언제가 픽사의 애니메이션 같은 데에 목소리 출연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쿡 대표가 테마파크를 소재로 한 <캐리비안의 해적>을 실사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가 "진짜 칼이 나오는 그런 해적영화말이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대답을 듣자마자 "내가 하고 싶다"고 그 자리에서 밝혔다. 영화 속의 역할들은 내 안의 어떤 분노를 해소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잭 스패로우 선장 역시 이상한 방식이기는 해도 그런 기회를 줬다."
캐리비언의 해적: 망자의 함 ⓒ프레시안무비
- 하지만 디즈니 내부에서 상당한 반발이 있었다는데. "디즈니쪽에서 말이 많았다. 특히 수표에 서명하는 사람들이 그랬다. 하지만, 나는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 사실 당신은 그동안 흥행과는 좀 거리가 있었다. "할리우드 기준으로, 성공적이지 않은 일련의 영화들에 출연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망한 영화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박스오피스 독약'으로 여겼다. 하지만, 내게 그 영화들은 모두 성공한 영화들이다. 나는 성공 또는 실패가 서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나는 그때그때마다 어떤 기적에 이끌려 영화 속 캐릭터를 선택해왔다. 박스오피스 독약으로 불렸던 90년대에도 나는 내가 원하는 모든 영화들을 할 수 있었고, 원하는 모든 감독들과 작업할 수 있었다. <에드 우드>를 연기하든, 다른 어떤 작품을 연기하든 간에 내게 모든 영화들은 상업적으로 잠재력을 가진 작품들이다." - 당신에게 90년대는 어떤 시기였는가. "(진정한) 나 이전의 나였던 시기다. 오랫동안 나는 어리둥절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을 허비했고, 그렇게 허비했다는 사실에 끔찍한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나 자신 속에서 편안하지가 않았다. '유명'이란 단어도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고 불만족스러웠다."
조니 뎁 ⓒ프레시안무비
- 딸(릴리 로즈)이 태어나면서 달라졌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딸이 태어나면서 갑자기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더 이상 화가 나지도 않게 됐다. 단순히 내게 어떤 굉장한 일이 일어난 정도가 아니었다. 내게 일어난 '유일한 일'이 바로 딸의 탄생이었다. 최초의 순수하게 이타적이 된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 순간 내가 뭔가가 된 것 같았고, 진짜 나 자신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 <캐리비안의 해적>의 상업적 성공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단 한번도 흥행을 신경써본 적이 없다. 상업적 성공이란 아이디어가 나를 괴롭힌 적은 없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오히려 흥행을 갈망하게 되는 것, 흥행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뭔가를 한다면, 내 식으로 한다. 그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단지 거짓말을 하면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 삶을 되돌아봤을 때 "완전히 거짓이었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되돌아보면, 조니 뎁은 영화 속에서 늘 반항적이고 반 체제적이었으면서도, 분노를 터뜨려 본 적이 없는 배우다. 동세대 남자배우들이 격정을 쏟아내는 연기를 선호하는 것과는 반대다. 속으로 삭히는 분노와 슬픔, 감정을 털어내고 묵묵히 새로이 길을 떠나는 여행객의 쓸쓸한 뒷모습, 아웃사이더의 슬픔과 여유로움, 또는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마지막 장면에서 거대 문어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도 잭 스패로우 선장이 끝까지 잃지 않았던 시니컬한 블랙유머 등등. 바로 이런 것들이 조니 뎁을 할리우드의 그 어떤 꽃미남 배우들과도 차별화하는 지점이자, 팬들을 사로잡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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