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미국과 교역이 가장 많은 독일이나 일본이 FTA를 체결하지 않는 이유를 잘 살펴야 한다"며 "나프타(NAFTA)식 모델은 결국 (대미)종속형 모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이미 우리나라의 노동유연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한미 FTA를 통한 노동조건 악화를 우려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한미 FTA를) 제어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아는 것이 너무 없다"고 토로했다.
"안 그래도 노동유연성 높아 문제…노동계 우려 이해한다"
홍 위원장은 11일 오전 국회 환노위원장실에서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의 제프 보그트 정책국장과 팀 리안 연대센터 아시아담당 임원을 만나 NAFTA 체결 이후 12년 동안 미국, 멕시코에서 공공성이 파괴되고 노동조건이 악화된 사례를 전해들은 뒤 "우리 법제도의 변화를 강제하는, 주권을 침해하는 FTA 비준안이 올라오면 결코 국회에서 통과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프 보그트 정책국장은 이에 덧붙여 "멕시코의 경우 나프타 체결 이후 미국의 요구로 공공토지수용에 대한 헌법조항을 바꾼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배석한 민주노총 허영구 수석부위원장도 "FTA체결도 하기 전에 이미 대통령령을 바꿔서 스크린쿼터, 자동차 배기량 등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풀어주지 않았냐"며 "FTA가 체결되면 투자자보호조항에 의거해 여성이나 장애인, 국가유공자를 우대하는 국내법조문들이 제소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부위원장은 또한 "한미 FTA체결 이후 양국과 양국 기업들이 노동시장 유연화,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법개정을 요구하면 다 받아들여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홍 위원장은 이에 대해 "KTX 여승무원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너무 노동유연성이 높아서 문제"라며 "한미 FTA에 대한 노동계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답했다.
홍 위원장은 이어 "미국과 교역량이 가장 많은 독일과 일본은 이익 볼 것이 없기 때문에 FTA 체결도 안했고 하려는 움직임도 안 보이는 것"이라며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면 득 볼 것이 많다"고 말했다.
美 노동계, 지난 5월 의회 출석해 증언…우리 국회는?
배석한 장대익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이 "협상을 철저히 감독하는 미국 의회에 비해 우리 국회는 너무 하는 일이 없다"고 지적하자, 홍 위원장은 "갈등의 최종적 조정공간인 국회가 너무 빨리 뛰어들면 마지막에 해결의 길이 없다"면서도 "사실 우리 의원들이 너무 정보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홍 위원장은 "조약 체결 시 의원들은 그냥 '눈 뜬 봉사' 식으로 내용도 모르고 비준을 해줘 왔다"면서 "조약과 협약을 국회가 정밀하게 심사할 수 있는 법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10여 년 전부터 나왔는데 지금도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또한 홍 위원장은 "예컨대 론스타 문제 같은 경우는 나라를 팔아먹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여러분도 관련정보들이 있으면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
홍 위원장은 "보수적인 의원들은 한미 FTA에 대해 찬성하는 편이지만 졸속추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국회 내에)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홍 위원장을 면담한 제프 보그트 AFL-CIO 정책국장은 "우리는 이미 지난 5월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나프타 모델에 동의할 수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리 국회에서는 몇 차례의 토론회가 있었을 뿐 해당 상임위원장이 反FTA 성향의 이해당사자를 공식 면담해 의견을 청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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