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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수비 홀리는 그라운드의 '로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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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수비 홀리는 그라운드의 '로렐라이'

[프레시안 스포츠]환상 드리블-날쌘 돌파-과감한 문전 쇄도

독일 장크트고아르스하우젠 근처 라인강 기슭에는 '요정의 바위'라는 뜻의 로렐라이가 있다. 작가 C. 브렌타노는 라인강을 건너는 뱃사공들이 요정의 아름다운 노랫가락에 취해 그녀의 모습에 넋을 빼고 있다가 암초에 부딪쳐 난파한다는 줄거리의 설화시를 썼다. 그 뒤, 로렐라이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 로렐라이. ⓒ프레시안

막상 직접 가서보면 그저 그런 관광지가 대부분이지만 로렐라이는 기자에게 남다르게 다가왔다. 독일 월드컵에도 수 많은 '로렐라이'가 존재했기 때문. 그들은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대신 환상적인 드리블과 날쌘 돌파로 상대 수비를 홀렸다. 그들은 상대의 반칙을 이끌어 냈다. 때로는 그들을 막으려던 상대 선수들이 옐로 카드와 레드 카드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독일 월드컵 최고의 '로렐라이'는 이탈리아의 루카 토니다. 원톱 공격수인 토니는 상대 수비가 예측하기 힘든 과감한 문전 쇄도를 많이 시도했다. 이탈리아 세리에 A리그에서 31골을 몰아쳤던 그의 위협적인 움직임에 당황한 상대 수비는 무려 28개의 파울로 화근을 미리 제거하려 했다. '전차군단' 독일의 투톱인 클로제(19개), 포돌스키(17개)도 루카 토니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모두 상대 선수로부터 23개씩의 파울을 얻어냈다. 노장인 피구는 전성기 시절보다 순간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강약을 조절하는 감각적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휘저었다. 호날두는 상대 수비를 달고 펼치는 드리블 능력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가 어느 쪽으로 드리블 할지 알면서도 상대 수비는 그를 넘어뜨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눈에 띌 정도였다.

4강 진출에 실패해 자존심을 구긴 '삼바군단' 최고의 '로렐라이'는 카카. 18개의 파울을 얻어낸 카카는 브라질 스타일의 개인기에다 빠른 방향 전환으로 상대 수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잉글랜드 미드필더 가운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조 콜은 20개의 파울을 이끌어냈다.

중원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을 많이 했던 프랑스 비에라와 이탈리아 가투조도 각각 21개, 18개의 파울을 얻었다. 이 두 선수는 상대와의 치열한 미드필드 몸싸움을 할 때 파울을 많이 얻었다.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 가운데 파울 유도를 많이 했던 선수는 박지성(11개)이 단연 손꼽힌다. 박지성은 3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11개의 파울을 얻어냈다. 박지성의 특징은 상대 수비의 사이를 순간 스피드로 자주 뚫는다는 것. 상대 선수들은 자주 박지성에게 돌파를 허용하는 순간 태클을 시도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원정 역사상 첫 승을 얻은 토고 전에서의 이천수의 동점골도 박지성의 순간 돌파에서 시작됐다.
▲ 독일 월드컵의 '로렐라이' 루카 토니(왼쪽)와 루이스 피구. ⓒEPA

그라운드의 '로렐라이'들은 때로는 상대 수비뿐 아니라 주심도 홀린다. 이탈리아와 호주의 16강 전. 이탈리아는 종료 1분을 남겨 놓고 수비수 그로소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이미 넘어져 있던 호주 수비수를 피하지 못하고, 넘어졌다. 이 때 주심은 페널티 킥을 선언했다. 히딩크 감독은 "과연 호주가 아니라 잉글랜드나 독일 같은 팀이었다고 해도 페널티 킥을 선언했겠느냐"는 불만을 제기했지만 판정은 번복될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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