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기획부동산 `대부' 김현재 씨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김상현 전 민주당 의원의 사법처리를 앞두고 법리 적용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김 씨에게 받은 돈이 수십억 원 대에 달하고 형사처벌 범위 안에 포함되는 액수만 2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9일 전해졌다.
당초 검찰은 김 전 의원이 전직 국회의원이고 직업 정치인인 만큼 김 씨에게 받은 돈에 대해 정치자금법을 적용해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이 "김 씨에게 받은 돈은 순수한 생활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용처도 불분명한 돈이 많아 정치자금법 적용이 쉽지 않게 됐다. 또 정치자금법의 경우 공소시효가 3년밖에 되지 않아 김 전 의원이 받은 돈 가운데 일부만 위법해지는 점도 검찰의 고민을 더한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의 해명은 도리어 자신의 처지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 전 의원은 김 씨에게 거액을 받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검찰은 증여세 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의 주장처럼 순수한 생활비로 받았다고 해도 김 전 의원이 포탈한 증여세액은 10억 원이 넘어 이에 따른 처벌 수위가 간단치 않다.
검찰이 이런 방식의 사법처리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천정배 법무장관의 최근 발언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천 장관은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기업 비리의 원천이자 지하경제 확산의 주범인 탈세는 중대한 반사회적 범죄다. 검찰의 수사 역량을 집중해 탈세범죄에 엄정 대처하겠다"며 사실상 탈세범에 대한 선전포고를 했다.
따라서 검찰이 조만간 김 전 의원에게 증여세 포탈 혐의를 적용하면 천 장관의 탈세 엄단 선언의 첫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김 전 의원이 김 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는 데에는 김 전 의원 아들의 노트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 자택에서 그의 아들 노트북을 압수해 10자리 비밀번호를 알아내 분석한 결과 김현재 씨의 돈이 세탁된 정황을 보여주는 파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의 아들이 매년 수 차례에 걸쳐 아버지를 통해 건네받은 김 씨의 수표를 회사 직원 명의의 계좌로 돈세탁한 정황이 파일에 담겨 있었다.
검찰은 김 전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다음주 중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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