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양자대화' 거부…6자회담으로 한다" 재확인

"강력한 미사일 요격시스템에 대한 투자 계속할 것"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야기된 위협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 김정일 지도자를 한 목소리로 설득할 때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다자틀 안에서의 해결을 지향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푸는 최상책은 우리 모두가 일치된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관련국의 '일치된 모습' 강조…"6자회담 수확 가능성 높다"
  
  부시 대통령은 이같은 메시지를 이날 오전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동북아 4개국 정상들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전달하고 관련국들의 '일치된 모습'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또 "미국은 북한을 상대하면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대비는 하되 최상의 상황에 대한 희망을 갖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를 무시하는 데는 보상이 없을 것이며 계속 그럴 경우 고립되기만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국은 강력한 미사일 요격시스템(미사일 방어·MD 체제)에 대한 투자를 계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 미사일 발사 강행 이후 처음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지난 5일에도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5개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북한 지도자에게 자국 인민들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있다는 점을 계속 상기시켜주는 데 공동노력을 펼칠 것"이라며 이 문제가 북미 양자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CNN>의 '래리 킹 라이브'와의 사전 녹화 인터뷰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나는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그리고 진지하게 생각해 왔다"며 "북미간 양자대화보다는 6자회담이 수확을 얻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북한의 지도자는 미국과 테이블에 단 둘이 앉게 되기를" 원하지만 북한이 바라고 있는 '양자회담'은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우리는 과거 그런 방법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북한에 대해 포괄적 인센티브가 제공됐지만 북한은 그것을 받기만 하고 약속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미사일 문제도 북한 핵문제와 마찬가지로 6자회담이라는 다자틀 안에서 풀기를 원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단 6자회담에 북한이 복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와 올바르고 신뢰성있게 행동한다면 그때는 '돌연' 다른 옵션들도 북한 지도자와 주민들이 손에 넣게 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미국의 입장을 드러냈다.
  
  부시 "다른 옵션들도 있다"…"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협상'뿐"
  
  부시 대통령은 이처럼 "우리는 모든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며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옵션"이라면서도 "나는 다른 옵션들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스노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모든 옵션이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해 외교적 해결 외의 다른 방법도 사용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고 설명한다. 외교적 해결이라는 평화적 방법 외의 다른 옵션도 있다며 북한을 압박했지만 미국이 실제 군사 행동에 나서기에는 여러 부담이 많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이란 문제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현 상황에서 미국이 '다른 옵션'을 선택하기는 다소 벅찬 감이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안보리를 통한 제재도 미국 뜻대로 잘 되지 않을 것이고 단기적으로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백학순 연구원은 "결국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북한과의 협상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영구 현대사연구소 소장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유 소장은 "'다자'로 풀자는 미국의 주장을 북한은 '해결 안하겠다'는 의지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실제 미사일 발사 하루만인 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 군대의 미사일 발사훈련은 애당초 6자회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에 담긴 한반도 비핵화의 의지는 변함이 없으나 미사일 문제는 여기서 논의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도 6자회담을 쉽게 포기하기는 힘들 거라고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설명했다. "6자회담은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 상표"이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6자회담을 포기하고 북미 양자대화로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북미 양국의 입장이 결국 적당한 타협점을 찾게 되리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유 소장은 "결국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고 미국은 6자회담 틀 내에서의 북미 양자회담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