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프랑스는 토고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투톱을 사용하며 승리를 거뒀고, 16강에 진출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프랑스가 독일 월드컵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내리라고 기대하는 팬들은 적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스페인과의 16강 전에서부터 완전히 팀이 바뀌었다.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까지 꺾은 프랑스는 6일(한국시간) 명장 스콜라리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을 1-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늙은 수탉'이라는 조롱을 들었던 프랑스가 화려한 '아트사커' 군단으로 부활할 수 있었을까?
'아트'는 최소화, '실리'는 최대화
역설적인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프랑스는 16강전부터 '아트'를 최소화하고 '실리'를 최대화했다. 프랑스는 즉흥적인 재즈 연주를 연상시켰던 미드필드 중앙에서의 세밀한 패스 연결을 대폭 줄였다. 세밀한 패스를 고집하다 보면 전체 경기 템포에서 상대방을 압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좌우 측면으로 연결되는 크로스 패스의 비율을 높였다.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프랑스의 '신형엔진' 프랑크 리베리의 공격 비중은 대폭적으로 늘어났다.
리베리가 스페인 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프랑스는 모험을 피했다. 수비와 중원압박을 견고히 하며 스페인의 예봉을 꺾는 데에 주력했다. 프랑스는 후반 38분 세트 피스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지단의 프리킥을 비에라가 헤딩으로 꽂아 넣었다. 치열한 몸싸움이 전개되며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대 축구에서 경기내내 '아트'를 할 수는 없는 법. 결국 프랑스는 결정적인 순간 그들만의 '아트 사커'를 살리기 위해 '실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셈이다.
지단과 프랑스에 큰 힘이 된 스페인 전 세 번째 골
'실리'를 택한 프랑스는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지단은 비에라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상대 골키퍼의 움직임을 읽는 오른발 슛으로 골을 만들었다. 지단은 골을 성공시킨 뒤 골 라인으로 뛰어가 수 많은 사진 기자들 앞에 섰다. 마치 그 순간 지단은 "나는 늙은 수탉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변치 않는 기량을 항변하는 듯 했다.
스페인 전에서 골을 넣은 지단은 8강 전인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이번 대회 최고의 활약을 했다. 중원에서 자신의 전매특허인 '마르세유 턴'까지 선보인 지단은 감각적인 드리블과 패스로 브라질의 미드필더를 궤멸시켰다. 민첩성은 떨어졌지만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미리 계산해 드리블 방향을 잡는 지단의 능력은 빛을 발했다. 지단은 이 경기에서 프리킥으로 앙리의 골을 도왔다. 프랑스 팬들이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지단과 앙리의 합작품이 브라질 전에서 나온 셈이다.
패스 길 많아진 지단, 패싱 감각 십분 발휘
조별 예선까지만 해도 지단의 플레이는 프랑스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볼을 다소 끄는 경향이 많았던 지단의 패스는 상대 수비에 많이 읽혔다. 자연스레 경기 흐름도 자주 끊겼다. 또한 프랑스 공격이 지단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스위스나 한국은 그를 강하게 압박해 행동 반경을 줄여 놓았다.
하지만 16강 전인 스페인 전에서부터 지단은 상대 수비에 덜 압박당했다. 더욱이 프랑스 선수들은 그라운드의 지휘자 지단을 위해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보였다. 프랑스 선수들은 예선전까지 지단이 공을 잡으면 제 위치에서 수동적으로 서성이고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과감하고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교란시켰다. 지단이 패스를 할 수 있는 '옵션'은 상대적으로 늘어났고, 컨디션이 절정에 오른 지단은 자신의 패싱 감각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다.
프랑스는 포르투갈과 메이저대회 준결승에 만나기만 하면 우승을 차지했다. 1984년과 2000년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프랑스는 모두 포르투갈을 제압한 뒤 우승컵을 안았다.
프랑스의 특산품 '포도주'는 코르크 마개를 통해 완성된다. 코르크의 품질은 포르투갈 것이 제일 좋다. 포르투갈 산 코르크 마개를 준결승에서 이미 개봉한 프랑스가 이탈리아와의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에서 '와인 축배'를 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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