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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라스트 키스 L'Ultimo Bacio

감독,각본 가브리엘레 무치노 출연 스테파노 아코르시, 지오반나 메쪼리오르노 수입,배급 (주)영화사 백두대간 |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118분 | 2001년 | 상영관 씨네큐브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했던가? 한 달 후면 서른이 되는 카를로(스테파노 아코르시)의 마음은 요즘 불안하고 복잡하다. 오랫동안 동거했지만 사랑의 설렘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연인 줄리아(지오반나 메쪼리오르노)가 아이를 가졌기 때문. 결혼을 통해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줄리아에게서 카를로는 왠지 자꾸만 달아나고 싶은 심정이다. 거기다 카를로보다 먼저 '가족'을 만든 친구 아드리아노가 카를로의 불안에 부채질을 한다. 아드리아노는 아이가 인생의 가장 큰 '적'이라도 되는 듯 군다. 그러던 어느 날, 카를로 앞에 열여덟 소녀가 나타나 그를 유혹한다.
라스트 키스 L'Ultimo Bacio ⓒ프레시안무비
카를로만 서른 앞에서 주춤하고 있는 건 아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서로에게 더욱 날카롭고 신경증적으로 변한 아드리아노와 그의 아내, 가업을 잇는 대신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고 싶은 파올로, 해적판 CD를 팔며 이 여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 상대하는 히피 알베르토, 모두 제 나름의 삶을 고민하고 있다. <라스트 키스>는 카를로와 줄리아의 이야기를 큰 축으로 이들 친구들의 고민과 삶의 모습을 사이사이 그려 넣는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줄리아의 부모인 안나와 에밀리오는 중년을 넘어선 부부의 고민을 품고 있다. <라스트 키스>는 결혼과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혼을 앞둔 커플, 아이를 낳아 키우기 시작한 부부 초년생, 권태기도 넘어서 버린 중년의 부부까지, '변해가는 사랑의 모습'을 여러 인물을 통해 다각도로 전한다. 그리고 이들 각각의 이야기를 쫓으며 사랑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전락'해가는 과정을 세세히 옮긴다. 사랑과 결혼이 변해가는 연대기적 과정을 한꺼번에 들여다보는 것은 꽤나 흥미롭지만 <라스트 키스>의 재미는 거기까지다. 수많은 인물들이 동시에 털어놓는 고민들은 거의 다 비슷한 꼴로 반복돼 지루하게 느껴지고, 세상에 완벽한 사랑은 없으니 적당한 선에서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영화의 '순한' 결론은 싱겁게 다가온다. 전작 <나에게 유일한>에서 십대 사춘기의 고민을 발랄한 기운으로 전한 가브리엘레 무치노 감독은 <라스트 키스>에서도 시종 발랄하고 흥겨운 리듬을 유지한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와 이탈리아인 특유의 소란스런 몸동작, 핸드헬드로 생동감 있게 잡아낸 영상들은 다소 무겁게 느껴질 영화의 주제를 가볍고 흥겹게 포장하고 있다. 덕분에 관객의 사랑도 듬뿍 받아 이탈리아에서 개봉 2개월간 약 10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 선두를 달렸다. 평단의 사랑도 두둑했다. 이탈리아 '다비드 디 도나텔로'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등 총 5개 부문을 석권하며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모두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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