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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아랑

감독 안상훈 | 출연 송윤아, 이동욱, 이종수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96분 2006년 | 상영관 CGV, 메가박스, 대한극장, 서울극장 여형사 소영(송윤아)은 새벽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때 정직당했던 그는 경찰서로 복귀한 뒤 세 번의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그와 파트너를 이루는 인물은 신참 형사 현기(이동욱). 이 살인 사건의 공통된 단서는 죽은 이들의 컴퓨터에 떠 있는 '민정'이라는 소녀의 홈페이지, 그리고 이 세 사람의 피해자가 고등학교 동창생이라는 사실이다. 의문의 메일을 받은 뒤 이 홈페이지에 접속한 이는 모두들 참혹한 죽음을 당한 것. 소영과 현기는 주변인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벌이던 중 피해자들의 친구인 의사 동민(이종수)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아랑 ⓒ프레시안무비
올 여름 첫 번째 공포영화인 <아랑>은 경남 밀양에 전해지는 아랑 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아랑이라는 규수가 아버지를 따라 밀양에 갔다가 욕을 당한 뒤 피살되어 강가에 던져지는데, 이후 신관이 부임할 때마다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결국 용감한 어느 신임 태수가 아랑의 원혼을 만나 억울한 사연을 듣고 범인을 잡아 벌한 뒤 그 마을의 비극이 잠잠해졌다는 이야기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화 <아랑>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욕을 당한' 어느 여성과 그 여성의 연인 사이에서 잉태된 아이에서 연유한 사건을 담는다. 여성과 아이의 원귀는 우리가 익히 짐작하는 대로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타나 끔찍한 방법으로 복수한다. 그녀들이 피해를 당한 곳은 시골 어느 한적한 마을의 소금창고. 살인사건 수사과정에서 사건 해결의 단서로 제공되는 이 소금창고는 <아랑>의 클라이맥스가 펼쳐지는 섬뜩한 공간이기도 하다. <아랑>이 공포감을 조장하는 방식은 매우 관습적이다. 예상한 순간에 예상한 순서와 방식대로 잔혹한 살인과 죽음의 향연이 펼쳐진다. 살인사건이 웹사이트라는 '미디어'를 매개로 벌어진다는 구성은 비디오테이프가 등장하는 <링> 시리즈, 핸드폰이 죽음의 전도사가 되는 <착신아리> 시리즈, 또는 컴퓨터를 이용한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여자 귀신이 등장한다는 것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수많은 한국과 일본의 공포영화에서 봐왔던 설정이며, 그 여성의 아이는 마치 <주온>의 꼬마 귀신을 연상시킨다. 이 영화의 공포 장면들은 강력한 사운드 효과와 더불어 보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하긴 하지만, 그 자체의 새로움이나 참신함은 드문 편이다. 하지만 <아랑>은 장르로서의 공포물을 형사 스릴러와 접목시키는 가운데 여러모로 고민한 흔적을 보여준다. 철없는 고등학생들의 치기, 사회적 강자들의 무책임과 금권주의, 공직 종사자들의 무심함, 카메라와 미디어의 부적절한 사용에 따른 비극 등 다양한 모티브들을 곳곳에 불어넣었다. 또한 수사에 나서는 소영과 현기 역시 단순한 관조자가 아니라 사건 안쪽에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하다. 특히 후반부 반전은 전체 사건을 비교적 예상 밖의 결론으로 이끌어간다. 사실 <아랑>은 전통 설화에 얽매이지 않았다면 더 나은 영화가 됐을지 모른다. 이 영화에서 하나의 '맥거핀'처럼 던져지는 아랑 설화를 모른다 해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공포 효과 대신 스릴러로서의 미덕을 더 살렸더라면 더욱 박진감 넘치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안상훈 감독은 영상원 전문사 과정 재학중 만든 단편 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역시 재기 넘치는 스릴러였던 만큼, 앞으로 안상훈 감독이 이 장르에서 더욱 장기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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