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이 24일 새벽 월드컵 16강 진출 문턱에서 좌절하자 국내 방송 3사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방송 3사는 독일 월드컵 '특수'를 잡기 위해 전사적인 차원에서 노력해 왔기 때문에 더욱 우울한 표정이다.
"축구는 오늘 죽었다"…방송사, 패배의 안타까움 적나라하게 전달
방송 3사는 한국-스위스전 직후 뉴스와 하이라이트 등을 통해 '오심 논란'이 일고 있는 스위스의 두 번째 골을 계속 보여주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심판의 억울한 판정이 대표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는 국민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각 방송사의 해설자와 캐스터도 안타까운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KBS 2TV에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중계한 전인석 아나운서는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옆에 있는 유상철 해설위원도 눈물을 보이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MBC 김성주 아나운서도 경기가 끝난 직후 "2대 0으로 졌습니다. 하지만 한 골은 도둑 맞았네요"라는 말로 울분을 드러냈다. 김 아나운서는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심정 같아서는 남은 경기를 중계하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심지어 MBC는 한국-스위스전 중계방송이 끝날 무렵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편집해 보여 주면서 "축구는 오늘… 죽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거액 주고 중계권 사왔는데"…광고 수익, 이 정도로 만족 못해
그런데 방송 3사의 경영진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 보인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이 안타까운 패배를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따라 발생할 막대한 광고 수입도 함께 날아갔기 때문이다.
방송 3사는 월드컵 국내 중계권을 얻기 위해 2500만 달러(239억여 원)라는 거액을 지불했다. 그리고 최근 방송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한 각종 월드컵 관련 특집물을 제작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을 지출했다. 방송 3사가 시민단체의 집중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 '올인'한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독일 월드컵 기간 동안 각 방송사는 상당한 광고 수입을 올렸다. 한국-프랑스전과 한국-스위스전의 경우 새벽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광고 단가가 15초당 1500만 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한국이 16강 이상 진출할 경우 16강전은 15초당 3351만 원, 8강전은 4567만5000원, 4강전은 5026만5000원, 결승전은 5864만3000원 등 기하급수적으로 광고료가 오를 예정이었다.
각 방송사의 경영관리 부서는 한국 대표팀의16강 진출 실패에 따른 손익을 계산하기 위해 분주하게 주판을 튕기고 있다. 이제까지 상당한 광고 수입을 거두긴 했으나 중계권료로 워낙 큰 비용을 지출했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지의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아울러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에 맞춰 24일 두 가지 편성안을 준비했던 각 방송사는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축구 관련 프로그램이 대폭 삭제된 편성안을 따르고 있다. 방송 3사는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24일 오전 한국-스위스전 녹화중계(또는 하이라이트)를 비롯해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대거 내보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이들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들인 비용과 노력도 함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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