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14일 당 위기극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 1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정계개편 논의를 정기국회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지금은 서민경제 살리기가 최우선"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워크숍이 끝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정계개편과 관련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되는 시기는 정기국회 이후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서민경제를 살리고 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오해될 수 있는 논의는 당분간 당내외에서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도부는 이와 함께 "선거 민심은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달라는 것으로 결론내리고 서민경제 우선의 원칙을 확고히 하기로 했다"고 우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발족할 당내 기구인 서민경제회복추진본부를 중심으로 하반기 정기국회까지는 민생경제 문제의 각종 각론을 다뤄나가기로 했다.
우 대변인은 또한 "그동안 열린우리당과 정부, 청와대 사이에 혼선으로 비쳐지는 측면들도 반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앞으로 보다 긴밀한 협력을 견지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 개인의 의견이 당의 의견인 것처럼 비쳐져서 그것이 곧바로 당정청의 정책갈등과 혼선으로 보이는 모습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당의 단합 중요…당청 협력 위해 노력
우 대변인은 한편 노선 갈등과 관련해선 "개혁은 우리의 가치이며 비전이고 실용은 개혁을 구현해 나가는 전략이며 방식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워크숍에서는 민심 이반에 대한 자성론과 함께 위기의 진단과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해선 '개혁 피로증'을 토로하는 발언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 대변인의 전언에 따르면 한 위원은 "우리가 나름대로 개혁을 추진한다고 노력했지만 한편으로는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영업자, 주부 등이 나는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 왜 자꾸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는 민생문제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민생론'을 폈다.
다른 위원은 "우리가 어떤 개혁을 추진한다고 제기했을 때 국민들이 처음에는 신선하게 받아들였지만 결국 자신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잦은 지도부의 교체도 문제였지만 무엇을 한다고 발표하고 나서 책임지고 끝까지 책임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일관성 결여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지도부는 "당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적 발언을 최대한 절제하고 당을 중심으로 단합하는 기풍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근태 의장은 워크숍에 앞서 "단편적인 정책 하나하나를 갖고 매달리면 당과 정부, 당과 청와대 사이에 마치 심각한 갈등이 있는 것처럼 오해되면서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부단속을 했다.
소속 의원 연쇄접촉 추진
한편 이날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원인 분석은 지난 2년 간의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한 데이터를 놓고 논의가 진행됐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민생과 관련된 사안에 집중했을 때는 지지율이 올랐고, 내부 갈등이 많았을 때는 여지없이 지지율이 하락했다"고만 전했다. 그러나 선거 평가의 토대가 되는 지지층 재분석 및 이탈층 분석이 상당부분 진척됨으로써 향후 당의 진로 모색이 주목된다.
지도부는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선수별, 상임위별 소규모 회동을 통해 의원들을 접촉할 방침이다. 다만 의원단 전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은 "6월 국회 상황을 봐가면서 여유가 있을 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도부의 진로 모색과는 별개로 초재선 의원 18명이 15일 자체 모임을 통해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당의 진로를 공개적으로 논의키로 해 주목된다. 모임을 주도한 전병헌 의원은 "국민이 우리당에 보낸 경고 메시지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민심의 소재를 바탕으로 당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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