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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불편해도 위대하다

[이슈 인 시네마] 앨 고어의 환경다큐 세계영화계를 흔들다 ①

지난 5월 24일 미국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 An Inconvenient Truth>이 화제다.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가 출연한 이 작품은 이미 올해 선댄스 영화제와 칸영화제에 상영되면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정치인 앨 고어의 화려한 재기를 알린 이 영화에 얽힌 뒷이야기를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 편집자 주
올 칸영화제 초반부 가장 주목받은 스타 가운데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배우가 아니었다. 바로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였다. 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 <불편한 진실>의 주인공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은 것이다. 턱시도 차림의 고어는 마치 영화배우처럼 수많은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으며, 영화제가 가장 피크에 달했던 일요일과 월요일에 걸쳐 거의 50여 개에 달하는 전세계 매체와 릴레이 인터뷰를 했다. 칸 영화제를 찾은 수많은 관객들의 이목을 끌면서 환대를 받은 그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영화인처럼 보였다. 그의 정치 행보와 사회 운동에 대한 강도 높은 질문이 쏟아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칸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내가 열다섯 살 여름방학 때 여기 처음 왔는데, 그때는 사르트르나 카뮈 같은 실존주의자들에 대해서 공부했다. 우리는 오직 불어로만 말해야 했다!"
불편한 진실 ⓒ프레시안무비
부통령 재직 당시, 그리고 2000년 조지 부시 현 미국 대통령에 맞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때도 앨 고어에게는 늘 '경직된(stiff)' '딱딱한(wooden)'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의 스타로서, 그리고 이 영화를 가능케 한 환경운동가로서 앨 고어는 '부드럽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이는 올 초 선댄스 영화제 당시부터 입증된 사실이었다. 데이비스 구겐하임의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선댄스 영화제에서, 앨 고어는 이미 '무비 스타'였다. 당시 고어는 선댄스 영화제 참석을 '아주 멋진 시간(a most excellent time)'이라 부르면서 마음껏 즐겼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동반하고 파티에 참석하고 영화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흔쾌히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인 앨 고어의 과거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미국의 언론과 대중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 정치인이기 이전에 맹렬 환경운동가
불편한 진실 ⓒ프레시안무비

사실 앨 고어가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는 대학 시절 이미 지구 온난화에 대한 강의를 들은 뒤 이 문제를 자신의 의정활동에서 핵심적인 이슈로 활용했다. 하원 의원 시절에도 지구 온난화와 환경 파괴에 대해 수많은 연구를 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1992년 <균형 잡힌 지구 Earth in the Balance>(국내 번역본 제목은 <위기의 지구>)라는 책으로 써냈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 함유량이 높아지고 오존층이 파괴되는 현상으로 인해 지구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것이 인류의 문명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분석한 책이었다.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은 바로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고어는 2000년 대선 이후 전세계를 돌면서 지구 환경의 위기에 대한 강연을 해왔다. 그리고 <불편한 진실>은 바로 앨 고어의 강연을 뒤쫓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어는 2004년 (역시 지구온난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재난영화 <투모로우>의 뉴욕 시사회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강연을 했으며, 이를 지켜본 한 영화계 인사가 앨 고어의 활동을 다큐멘터리로 만들 것을 제안한 것이다. 여기에는 <펄프 픽션>을 비롯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제작한 유명 프로듀서 로렌스 벤더, 그리고 이베이의 창업주이자 이제는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있는 제작자 제프리 스콜 등이 관여했다. 영화는 앨 고어가 강연에 사용한 약 400여 장의 슬라이드 쇼를 보여주면서, 지구 환경 파괴의 '실제적인(real)' 현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대기권 바깥 우주선에서 찍은 이 사진들에서 지구상의 빙산은 사라져가고 있고, 알프스의 눈도 점차 녹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것은 분명 문명화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야기된 것이고, 이로 인해 가까운 미래 인간의 삶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영화는 앨 고어의 인생에서 환경운동에 헌신하게 된 세 가지 계기를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그의 어린 아들이 교통사고로 거의 사망할 뻔했던 사건,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 주에서 부시에게 패했던 일, 그리고 흡연가였던 그의 누이가 폐암으로 죽은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고어의 강연과 개인사를 적절히 진지하고 적절히 위트 있게 뒤섞은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 내 언론과 평단에서 상당히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오르는 파격을 낳다
불편한 진실 ⓒ프레시안무비

<불편한 진실>은 선댄스 공개 이후 파라마운트 클래식스의 배급망을 타고 미국 개봉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지난 5월 24일 미국 내 4개 극장에서 개봉되었으나 36만 4천 달러의 개봉 수입을 거두며 단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스크린 당 9만1천 달러의 수입을 거둔 셈인데, 이는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의 수입으로 기록됐다) 또한 점차 스크린 수를 확대하면서 6월 첫째 주에는 미 전역 77개 극장에서 상영되며 박스오피스 10위 권에도 올랐다. <불편한 진실>은 <화씨 9/11>이나 <슈퍼 사이즈 미>처럼 흥행에 성공하며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올 다큐멘터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과연 앨 고어는 왜 정가에서 떠난 뒤 다시 환경 운동으로 돌아간 것일까?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로 대중적 지지를 다시 얻는 데 성공한 앨 고어가 과연 2008년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지금 미국의 언론에서는 이를 둘러싼 다채로운 진단과 전망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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