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이 새터민(북한 이탈주민)들의 언어 실태에 대한 연구에 나섰다. 새터민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종종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국어원은 5000만 원의 연구비를 걸고 연구 용역을 공모하고 나섰다.
국립국어원 양명희 학예연구관은 "흔히 새터민들은 우리와 말이 통하기 때문에 언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여기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외국어와 외래어가 쓰이는 경우가 많아 새터민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또 남한의 '오징어'를 북한에서는 '낙지'라고 부르는 것처럼 같은 단어를 전혀 다른 뜻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아예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터민들은 평소 아예 말문을 닫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단지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기 때문만은 아니다.
새터민 김 모 씨는 이전에 근무하던 직장에서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신문을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는 그는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면 서울말 연습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남한에서 쓰는 말은 외국어가 많이 섞여 있고, 아예 모르는 단어도 많아 어떤 면에서는 외국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국립국어원은 지난해에는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들의 언어 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국립국어원의 연구 용역 공모는 오는 13일까지 진행된다. 연구 용역 공모의 자세한 내용은 http://www.korean.go.kr/를 참고하거나 02-2669-9775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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