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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새만금 이어 천성산에서도 '개발' 편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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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법원, 새만금 이어 천성산에서도 '개발' 편에 서

'천성산 공사' 재항고 기각…'갈등'은 여전히 산적

일명 '도롱뇽 소송'이라고 불리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원효터널)' 공사 착공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재항고심에서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2일 "공사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려 '환경'보다는 '개발'의 손을 들어줬다.
  
  2003년 10월부터 2년 8개월간을 끈 이 소송이 결국 환경단체 측의 패배로 끝남으로써 이미 지난 11월 말부터 시작된 천성산 공사는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됐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10년께 천성산 터널 13.2㎞를 포함한 경부고속철도가 완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법원 "천성산 터널 중단될 이유가 없다"
  
  대법원은 원효터널 공사가 천성산에 미치는 환경 영향에 대해 "피신청인들이 신청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새로운 환경 영향 평가를 실시했지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터널공사가 천성산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며 "지질적 특성이 반영된 새로운 공법이 적용되는 등 터널공사로 신청인들의 환경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환경권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지만 이러한 기본권을 근거로 직접 다른 개인에게 공사 중지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학설과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라며 "신청인은 피신청인에게 공사 중지를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롱뇽이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는 원고적격 여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도롱뇽이라는 자연물이나 자연 자체는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1, 2심 결정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다만 "피신청인은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그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후손에게 이를 물려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실' 환경영향평가가 갈등의 큰 원인
  
  환경단체 '도롱뇽의 친구들' 및 천성산에 자리한 사인 내원사, 미타암 등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낸 이번 소송은 1990년대 초반 경부고속철도 구간에 대해 실시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진 사실이 밝혀지면서 2001년부터 지율 스님을 중심으로 환경단체가 진행해 온 천성산 터널 공사 반대 운동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 과정에서 지율 스님은 총 5차례에 걸쳐 단식을 진행해 천성산 터널을 둘러싼 갈등이 전 국민적 환경문제로 대두하기도 했다.
  
  반대 운동의 영향으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두 차례에 걸쳐 추가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으나 터널 공사와 천성산 정상 부근의 고지대 습지와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05년 실시한 환경 영향 조사에서는 △터널 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이 확인됐고 △지하수 유출이 습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이런 새로운 가능성을 비중 있게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소송은 동물인 도롱뇽이 원고에 포함돼 있어 "인간이 아닌 자연물이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대법원은 도롱뇽의 소송 주체를 부인해 1970년대부터 독일,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자연 환경도 민사상 소송 주체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보수적인 판결로 화답했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경부고속철도 장애물 산적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경부고속철도의 건설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 천성산 구간 외에도 부산 금정산 터널 관통 구간에서도 주민과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이 갈등을 빚어 소송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금정산 터널과 관련된 소송은 현재 1심에 계류 중이다.
  
  또 부산 일각에서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경주-울산-천성산(터널)-금정산(터널)-부산역 구간은 천성산과 금정산에 총 31㎞의 장대터널을 뚫을 뿐만 아니라 부산 도심 구간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반대 민원이 예상되는 문제투성이 노선"이라는 지적도 계속 있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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