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핵무기 외에 과학기술에도 관심이 깊으며, 흡연가, 음치와 함께 컴맹을 21세기의 바보 3인으로 꼽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영국의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3일자 최신호에서 '이상하지만, 연결된 북한의 인터넷'이란 제목으로 북한의 인터넷 상황을 소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북한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에게 e-메일 주소를 물어 주위를 놀라게 했을 정도로 과학기술에 관심에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전하는 북한의 인터넷 상황을 보면, 현실세계뿐만 아니라 가상세계에서도 외부와 단절된 국가인 북한은 2000년 국내용으로 광섬유케이블망을 구축해 전국적인 인트라넷을 열었다.
물론 월드와이드웹은 아직 대부분 일반인에게 비공개 구역으로 남아 있다. 단지 수천 명만이 인터넷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들은 외부 인터넷 자료를 약탈해서 북한 연구소, 공장, 학교에 유익한 기술 정보를 보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조선컴퓨터센터(KCC)가 통제하는 '방화벽'에 의해 외부 세계와 격리돼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는 이 시스템이 "이념의 감염과 외국 망명 같은 위험"을 차단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인터넷은 외국인들을 놀라게 하는 대목이 있다. 한 북한 젊은이는 "컴퓨터 웹에서 채팅을 통해 여자친구를 만났다"고 자랑하며 그러나 "공식적으로 우리 컴퓨터는 교육과 과학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에게 개방된 흔치 않은 자유시장 가운데 한 곳에서는 중국에서 들여온 최신 컴퓨터가 윈도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채 현지 신흥부자들에게 팔리고, 다른 곳에서는 중고 컴퓨터가 훨씬 싼 값에 팔리고 있다. 또 대부분 학교에서는 컴퓨터 교육이 필수 과목이다.
평양에서는 외국 방문객들이 의회도서관 격인 인민대학습당에 보관된 3000만 개의 공식 텍스트를 자유로이 서핑할 수 있다. 2002년에는 북한 최초의 사이버카페가 개설됐고, 이후 여러 곳에서 사이버카페들이 뒤를 이었다. 어떤 곳은 컴퓨터게임을 하는 어린이들로 붐빈다.
평양에서는 e-메일 주소가 적힌 명함이 눈에 점점 많이 띈다. 개인주소가 아닌 단체주소이기는 하다. 한 서유럽 기업인은 자신의 e-메일에 북한 사업자들이 빨리 응답을 해 놀랐다고 말한다.
북부 국경 근처에서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중국제 휴대전화가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암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이렇게 북한의 인터넷 문화가 도약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조짐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주체사상'은 북한 정권이 안심할 수 있는 통제수단으로 남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북한은 소련을 망하게 한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망각하지 않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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