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이슬람혁명과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의 인질사건 이후 이란 정부와 직접 대화를 거부해 왔던 미국 정부가 27년 만에 이란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의 핵활동을 둘러싼 협상에서도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을 앞세우고 전면에 나서기를 거부해 온 미국이 이란과 직접 대화를 통해 돌파구 모색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스, 국무부 관리들과 논의중…빠른 시일 내엔 어려울 듯"
<뉴욕타임스>는 유럽과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조지 부시 행정부 내에서 이란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측 관리들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국무부 내 고위 보좌진들과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라이스 장관은 이란의 핵문제와 관련해 유럽측으로부터 대화 제안을 받았던 만큼 이제는 부시 행정부 내 안보 관련 관리들 중 누군가가 나서서 이란과의 대화가 난관에 빠져 있는지 아니면 일부 진전이 있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을 잘 아는 다른 사람들은 라이스 장관이 이란과의 직접 대화가 부시 행정부의 약세를 드러내게 되거나 유럽과 진행중인 미묘한 협상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이란과의 직접 대화에 나설 경우 미국이 궁극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할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걱정스러워 하고 있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그리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까지 모두 이란과의 직접 대화는 물론 비공식 채널을 통한 대화까지도 반대하고 있어 미국이 빠른 시일 내에 이란과의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백악관 대변인 "농축 포기하면 대화 기회 있을지도"
이에 앞서 <USA 투데이>와 <CNN> 등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런던에서 열린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6개국 회의는 이란의 핵농축 프로그램의 중단과 동시에 이란의 안전문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다고 이란에 제안하고 있으며 이 대화에는 미국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이란은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등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대화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 언론들은 "이란과의 대화를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지난 8일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다.
헨리 키신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을 포함해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핵문제 협상의 주역이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도 부시 행정부에게 이란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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