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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엘프먼의 영화음악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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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엘프먼의 영화음악 공장

[한재권의 Mosic & Muvie] 독특한 음악철학의 대가, 대니 엘프먼

현재 헐리우드에서 가장 바쁜 음악가로 손꼽히는 대니 엘프먼의 필모그래피를 주욱 둘러보다보면 블록버스터로부터 소소한 단편 애니메이션, 심지어는 TV시리즈(그 유명한 <위기의 주부들>의 메인 타이틀도 엘프먼이 작곡했다!!)들과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에까지 그 왕성한 활동영역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때로는 동화적이고 앙증맞은 감수성으로, 때로는 장중하고 규모감 가득한 영상음악으로 영화음악 역사상 가장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대니 엘프먼의 음악세계를 잠시 엿보도록 한다. 성공한 삶을 사는 누군가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몇몇 사람이 있는데, 대니 엘프먼의 경우는 독립영화 감독이자 젊은 시절 같은 밴드에서 활동하기도 한 친형 리처드 엘프먼, 평생의 파트너랄 수 있는 팀 버튼, 그리고 애증으로 얽혀있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샘 레이미 감독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친형 리처드 엘프먼은 그가 아직 20대이던 80년대, 유럽을 주무대로 활동하던 밴드 '오잉과 보잉고'에서 함께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런던, 함부르크, 브뤼셀, 취리히 등지를 주름잡았다. '오잉과 보잉고'는 비록 언더그라운드 무대를 통해 활동했지만 한때 유럽의 유력한 기획사를 통해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토킹헤즈와 1년여의 공연투어를 할 만큼 그 실력과 인기를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다가 리처드가 음악활동 외에 취미로 시작한 단편영화 작업에 흥미를 느껴 미국으로 돌아갈 것을 권하자, 대니 엘프먼은 뒤도 안돌아보고 형과 함께 LA로 돌아와 리처드의 단편영화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화음악가의 길을 개척해나가기 시작한다.
대니 엘프먼 ⓒ프레시안무비
그리고 리처드 엘프먼의 영화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젊은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훗날 대니와 함께 미국영화 산업에서 가장 독특한 상업영화를 만들게 되는 팀 버튼이다. 팀 버튼은 폴 루벤스 주연의 <피위의 대모험>을 연출하며 음악 감독직을 대니 엘프먼에게 의뢰했고, 그러면서 이 막강콤비의 신화의 장이 열리게 된다. 두 사람은 만화수집, 제3국가 문화의 심취, 지독한 채식주의 등 많은 부분의 공통점을 지닌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최근작인 <유령신부><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이르기까지 20년 이상의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샘 레이미와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인데, 두 사람은 1993년 샘 레이미가 독립영화 시스템을 박차고 나와 야심 차게 만든 <이블 데드 3>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팀 버튼과의 우정 못지않은 끈끈한 동료애를 자랑하며 2004년에 발표한 <스파이더맨 2>까지 함께 했지만 둘은 그 이듬해, TV를 통해 선보인 <스파이더 플랜트맨>이라는 애니메이션 작업에 대니 엘프먼이 샘 레이미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참여했다고 해서 크게 다퉈 15년간의 우정에 금이 가고 말았다. 잘잘못이야 따질 수 없겠지만 앞으로 발표될 <스파이더맨 3>부터는 두 사람의 호흡을 통해 만들어진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뻐근해져 올 지경이다. 대니 엘프먼이 선보이는 영화음악들은 기묘한 매력이 있다. 헐리우드 뿐만 아니라 전세계 그 어느 음악가도 쉽게 흉내 내지 못할 동화적이면서도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이 흐르는가하면 팀 버튼의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소위 B-Movie Tune류의 음악들, 즉 B급 영화 감성으로 만들어진 음악들이 듣는 것만으로도 영화 보는 맛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또한 여타 다른 스코어 전문 작곡가들과는 달리 그는 송 타이틀, 바로 주제가들을 만드는 데도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다. 인기 TV 애니메이션 <심슨즈>의 주제가들과 팀 버튼 애니메이션들(<비틀쥬스>(실사+애니메이션)<크리스마스의 악몽><유령신부> 등)에 흐르던 노래들이 바로 그가 지접 작곡해낸 멜로디 라인들이다. 그런가하면 대니 엘프먼은 형 리처드 엘프먼을 도와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작업하던 시절을 상기하기라도 하듯 독립영화 작업에도 매진하는 치열함도 선보인다. <돌로레스 클레이븐><데드 프레지던트><투 다이 포><프루프 오브 라이프><패밀리 맨> 등 소위 작은 영화라 불리는 영화들을 통해 독립영화에 대한 그의 지대한 관심과 열의를 느낄 수 있다. 어두운 감성일 때는 동굴 저편에서 들리는 음악인 듯, 밝고 경쾌한 감성일 때는 틴 에이저의 풋풋함 마저 느끼게 만드는 그의 음악성은 도무지 끝이 어디일까 싶기도 한데, 지난해 헐리우드의 유력 영화잡지와 한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면 그가 얼마나 독특하고 욕심 많은 음악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어림짐작이 되지 않나 싶다.
"저는 음악이 감성을 만든다는 얘기를 믿지 않습니다. 다만 만들어진 감성에 퍼즐처럼 음악이라는 요소를 얹어 놓을 뿐이죠. 그러면 사람들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갑니다. 마치 예쁘게 포장된 별것 아닌 선물에 당하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제게 영화는 제가 누군가에게 전달해야 할, 결코 제 것이 아닌 물건일 뿐입니다. 돈을 받았기 때문에 그리고 제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전달하는 건 재미없습니다. 항상 고민을 합니다. 어떡하면 이 선물을 좀 더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전달할까 하고요..." 참으로 독특하고 재미있는 거장 음악가가 아닐 수 없다. 이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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