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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카포티 Capote

감독 베넷 밀러 출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캐서린 키너, 클리프톤 콜린스 주니어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 |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98분 | 2005년 | 상영관 CGV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 트루먼 카포티는 십대 시절, 단편 <미리암>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1984년 8월, 5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총 13권의 작품집을 남긴 소설가였다. 소설 이외에도 말론 블란도의 전기는 물론 연극과 영화, 뮤지컬을 집필한 왕성한 창작가였던 그는 문학을 넘어 사교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뛰어난 재담꾼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 진정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친 것은 1966년, 1959년에 캔자스 주 홀컴 마을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사건을 그린 <인 콜드 블러드>가 세상에 나온 순간이었다. 홀컴 살인 사건에 대한 7년간의 치밀한 조사 끝에 완성된 <인 콜드 블러드>는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사실'을 소설가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논픽션 소설'로, 출간과 함께 수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저널리즘과 픽션 사이에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든 <인 콜드 블러드>는 트루먼 카포티를 미국 문단의 유명 인사로 만들었고, 출간 다음 해인 1967년에는 리처드 브룩스에 의해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카포티 Capote ⓒ프레시안무비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고, 이성애자들의 사회 속에서 동성애자로 살았으며 독특한 말투와 의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과 함께 곱지 않은 시선을 동시에 받았던 트루먼 카포티는 약에 찌든 모습으로 삶을 마감하는 등 곡절 많은 삶을 살았다. 영화 <카포티>는 '소설 같은 삶을 살다간' 트루먼 카포티의 인생에서 딱 7년간을 갈무리하고 있다. 홀컴 살인사건이 벌어진 순간부터 <인 콜드 블러드>가 출간되기까지의 시간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는 <카포티>는 트루먼 카포티의 작업 과정을 쫓으며 창작의 고통과 희열을 담는 것은 물론, 취재 과정에서 수많은 모순된 감정을 겪는 카포티의 내면에 집중한다. 1959년 캔자스 홀컴마을 농장에서 일가족 4명이 두 명의 남자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다. 신문에서 살인사건에 대한 기사를 접한 트루먼 카포티(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는 이 사건에 묘한 흥미를 느낀다. 어린 시절 친구이자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인 하퍼 리(캐서린 키너)와 함께 자료조사를 위해 홀컴마을을 찾아간 카포티는 사건을 조사해가며 취재로 얻은 '사실'들을 묶어 '소설'을 쓸 결심을 한다. 어느 날, 사형선고를 받은 두 살인자를 만난 카포티는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페리(클리프톤 콜린스 주니어)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감옥에 투옥 중인 그를 찾아가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묻기 시작한다. 불우한 성장기를 털어놓는 카포티에게 정서적 교감을 느낀 페리는 카포티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카포티는 결국 페리로부터 사건이 일어난 그 밤의 '결정적 순간'들을 듣는 데 성공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카포티는 소설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살인의 순간'까지 자료를 모으는 데 성공하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서 그들이 사형으로 삶을 마감해야만 소설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의 사형선고가 계속 미뤄진다. 카포티는 둘의 사형이 미뤄질 때마다 신경증적인 반응을 보이고, '친구'로서 그에게 계속 연락하는 페리의 연락을 피한다. 하지만 카포티가 페리와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지 않은 건 아니다. 그는 페리와 자신이 마치 어린 시절 한 집에서 자라다가 한 사람은 뒷문으로, 한 사람은 앞문으로 나온 것 같다는 말을 그의 동료 하퍼 리에게 전하며 페리에 대한 안타까운 애정을 보인다. 인간적 교감과 글쓰기의 의욕 사이에서 방황하고 고민하며 흔들리는 트루먼 카포티의 모순된 내면을 <카포티>는 처참하리만큼 생생하게 담고 있다. 그리고 관객은 <카포티>를 통해 카포티가 페리에게 보이는 관심과 교감이 진심에서 우러난 것인지 '결정적 순간'을 듣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매번 치열하게 고민하며 카포티의 혼란을 고스란히 함께 겪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카포티>가 모순에 빠진 유명한 '글쟁이'의 모습을 이토록 치열하게 담을 수 있었던 건 흔들리는 눈빛 하나로 혼란한 인물 내면을 모조리 표현할 줄 아는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완벽한 연기 덕이다. 그는 혼란한 내면을 무섭게 옮겨냈을 뿐 아니라 독특한 의상과 말투, 코를 씰룩거리는 작은 버릇에 이르기까지 '괴짜' 트루먼 카포티를 외양까지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이 이외에도 골든글러브와 LA 비평가 협회, 미국배우 조합이 주는 남우주연상을 모두 받아냈다. 다큐멘터리 <크루즈>(1998)로 재능을 인정받은 베넷 밀러 감독은 카포티와 페리, 두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고 있는 영화의 얼개를 탄탄하게 엮어내며 안정된 연출력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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