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인 지하철역에 토막시신을 유기, 시민들을 경악케 했던 사건 용의자는 단순 치정에 의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용의자는 피해여성의 신원확인을 어렵게 하기 위해 시신의 일부를 분리해 버리고 살해 후 피해자의 예금통장까지 갖고 달아나는 등 치밀하고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인 불법체류자 손모(35) 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달 24일 오전 자신과 연인관계였던 피해여성 정모(34) 씨의 안산 원곡동 원룸을 찾아갔다 정 씨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
손씨는 중국술 3병을 마시고 만취상태에서 둔기로 정 씨의 머리를 수십 차례 내리쳐 살해한 뒤 시신을 쉽게 버릴 수 있도록 흉기로 토막냈다.
특히 만취상태에서도 시신을 담기 위해 인근 상점에 쓰레기 봉투와 여행가방을 사러 갔다오는 대담함을 보인 손 씨는 지문 등 피해자 신원확인의 단서를 줄 수 있는 머리와 양손은 땅에 파묻는 등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치밀함을 보였다.
손 씨는 또 안산역에 시신을 버린 뒤 도피자금 마련을 위해 다시 정 씨의 원룸으로 돌아와 정 씨의 예금통장 4개를 챙겨 나온 뒤 현금 980만 원을 모두 인출하기도 했다.
한편 2일 오후 살해 현장인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정 씨의 원룸과 시신 일부가 담긴 여행가방이 발견된 지하철 안산역 화장실, 손 씨가 시신 처리를 위해 쓰레기봉투와 여행가방을 샀던 상점에서는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나타난 손씨는 한국말로 "죄송합니다. 술을 많이 먹어서…"라고 짧게 말한 뒤 고개를 푹 숙이고 담담히 경찰의 지시에 따라 범행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
손 씨는 시신 일부를 원곡동 골목길 옆 땅에 파묻었다고 진술했으나 정확한 지점을 잘 기억하지 못해 발굴은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은 금전문제 등 다른 범행 동기가 있는지 여부와 찾지 못한 시신의 유기 장소를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이례적으로 외국인이 한국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점이 특히 눈에 띈다"며 "불법체류 외국인이 급증하는 추세에서 이번처럼 치정이 아닌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를 저지를 경우 사건해결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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