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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괴물>, 칸에서 극찬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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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괴물>, 칸에서 극찬 이어져

[FILM FESTIVAL] 제59회 칸영화제 현지 리포트①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열렬한 환호 속에 공개됐다. 현지시각으로 21일 밤 11시 30분 열린 <괴물>의 월드 프리미어 시사는 감독주간에 상영된 다른 어떤 영화와 비교해도 월등히 앞설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밤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상영 전부터 노가 힐튼 극장 앞에 줄지어 섰으며, 꽤 넓은 극장은 전세계 영화 관계자들로 가득 채워졌다. 칸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는 국내 영화인들도 대거 몰려 들어 <괴물>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상영 전 열린 무대인사에서 감독주간 관계자는 봉준호 감독을 "전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전도유망한 창작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괴물>의 월드 프리미어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영화를 보는 여러분이야말로 진정한 시네필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운을 뗀 뒤, "영화에 강력한 사운드 효과가 많기 때문에 보다가 졸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져 장내에 폭소를 자아냈다. 함께 인사에 나선 제작사 청어람 최용배 대표는 "이 영화가 완성된 지 1주일이 됐는데, 오늘에 이르기까지 7일의 시간이 7년처럼 느껴졌다"면서 "여러분께 이 영화를 빨리 자랑하고 싶어서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괴물 ⓒ프레시안무비
<괴물>은 한강변에서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강두(송강호)의 가족이 한강에 서식하고 있는 괴물에 맞서 사투를 벌인다는 이야기다. 이 괴물은 용산 미군기지에서 방출된 오염 물질에 노출된 생물체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탄생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강에 괴물이 출몰해 사람들을 납치하는 가운데, 강두의 딸 서현(고아성)도 괴물에 붙들려 한강 하수구 아래 괴물의 은신처에 버려진다. 그러자 강두는 아버지(변희봉)와 남동생 남일( 박해일), 여동생 남주(배두나)와 함께 서현을 구하러 나선다. 이 과정에서 강두는 몸에 괴물의 피가 묻었다는 이유로 보건 당국의 감시를 받는데, 병원에서 탈출한 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며 한강변의 하수구를 헤맨다. <괴물>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철저히 비밀에 감춰져 있던 괴물의 정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괴물은 그 어떤 몬스터 영화에 등장했던 괴물들에 못지않은 기괴한 외형과 특이한 행동을 보인다. 뉴질랜드의 웨타 스튜디오와 샌프란시스코 오퍼니지가 함께 작업한 괴물의 컴퓨터 그래픽은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360도 몸을 뒤집으면서 한강 교각을 자유자재로 옮겨다니는 괴물의 몸짓은 우아하고 매끄러우며 흉칙하지만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다. 기다란 꼬리를 움직이며 사람들을 위협하고 납치하는 괴물의 움직임은 이야기의 주요 국면마다 공포영화 특유의 서스펜스를 선사하며 보는 이를 쥐락펴락한다.
괴물 ⓒ프레시안무비
그러나 <괴물>을 그저 괴수 영화의 장르로 볼 것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의 탄생과 출현, 정부 당국의 원인 규명과 사태 대처 방안을 묘사하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종속적인 관계를 강도 높게 풍자하고 있다. 또한 위기 상황에 맞서는 경찰과 병원 등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얼마나 서툴고 비합리적인지를 유쾌하게 꼬집고 있다. <살인의 추억>의 배우와 스탭들이 모두 뭉친 이 영화는 <살인의 추억>의 테마와 스타일을 변주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이동 쇼트가 많은데도 수려함을 잃지 않는 박진감 넘치는 촬영, 판타지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철저히 리얼리즘에 기반한 섬세한 프로덕션 디자인, 우리 영화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특수효과 등 볼거리가 넘친다. 또한 <플란다스의 개>와 <살인의 추억>에서 봉준호 감독이 보여주었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허를 찌르는 유머도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우리가 미처 간파하지 못했던 서울 도심의 풍경과 수많은 한강 다리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 스펙터클도 흥미진진하다. 상영 직후 봉준호 감독은 관객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았다. 관객들은 제법 긴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은 채 환호성을 외치며 수차례 박수를 보냈다. 객석에서 일어서 관객들에게 답례 인사를 한 봉준호 감독은 "반응이 무척 좋아 고무적"이라며 환한 웃음을 띠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을 관심 있게 지켜본 해외 평론가와 기자들, 영화제 관계자들 역시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편 <괴물>은 하루 앞선 20일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로 열린 마켓 스크리닝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 영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10여 개국에 230만 달러에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 시나리오만으로 일본과 선계약을 맺은 바 있는 <괴물>은 이로써 제작비 110억 중 2/3 이상을 해외에서 확보하게 됐다. <괴물>은 사운드와 음악 믹싱 등 일부 후반작업을 보충한 뒤 오는 7월 27일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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