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현장이 검찰에 적발됐다. 민노당이 선거에서 금품살포로 적발된 일은 창당 6년 만에 처음이다. 유일한 강점이었던 도덕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은 민주노동당은 18일 결국 고개를 숙였다.
징계조치는 취했지만…
민주노동당 김선동 선대본부장은 이날 "거창 지역에서 민노당의 공천을 받은 지역 후보자가 돈봉투를 돌리다 구속되는 난감하고 죄송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민노당에 신뢰와 지지를 보내준 국민여러분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사건"이라고 사과했다.
이는 거창군의원에 출마한 민노당 후보 김 모 씨의 선거운동원 2명이 17일 새벽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현장이 검찰에 적발된 데 따른 것.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역주민들에게 돌릴 목적으로 운동원들에게 500만 원을 줬고, 현장에서 검찰은 현금 270만 원을 압수했으며 운동원 2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도덕성에 치명적 흠결이 나면서 민노당 분위기는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이게 무슨 꼴이냐. 민노당에 돈봉투라니 창피해 죽겠다"는 당직자들의 반응은 물론이고 천영세 의원단 대표도 격노했다. 천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민주노동당에서 발생했으며 당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조치를 통해 일벌백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선대본부장은 "당원들은 혼란과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경남도당은 이날 사고경위를 발표하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끄럽습니다"라고 사죄했다. 이에 앞서 경남도당은 전날 밤 긴급히 당기위원회를 소집해 김 모 씨와 운동원 2명을 당적제명 조치하고 후보등록을 취소했다.
'일벌백계' 방침에 따라 중앙당은 아예 거창지역 지방선거에 나선 모든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 곳에는 김 모 씨 외에 기초의회 비례대표와 3인선거구에 각각 1명씩 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김 선대본부장은 "기초의원 1석이 아쉽지만 모두 잃더라도 이 조치는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거창군 당 조직은 사고지구당 처리했고, 경남도당에게도 지방선거 후 정치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자랑하던 도덕성-공천시스템이…
김 본부장은 "한나라당이 비리 혐의 당원들에 대해 개인적으로만 책임을 묻고 징계를 주는 것과 달리 민주노동당은 당이 책임진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했으나, 창당 이래 처음 발생한 '금품 비리' 사건으로 인한 상처를 되돌리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당 등의 각종 공천 비리가 있을 때마다 도덕성의 비교우위를 내세워 맹공을 가했던 민노당의 입장에선 앞으로 할 말이 없어진 셈이다.
또한 도덕성의 제도적 근거로 자랑했던 투명한 후보자 공천 시스템과 당원 충성도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김 본부장은 "후보자는 후보선출위원회를 통해 최대한 검증해 왔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더욱이 이번 사건으로 검찰에 적발된 운동원 중에는 과거 한나라당 활동을 했던 전력이 있는 사람도 끼어 있다는 후문도 있어 진보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여지없이 구겼다.
한편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거창 지역 출마자들의 공천을 중앙당이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반발 가능성도 없지 않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상급 단위(도당)에 대한 문책 여부는 선거 뒤로 미뤘다는 점도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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