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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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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

감독 론 하워드 출연 톰 행크스, 오드리 토투, 이안 맥켈렌, 폴 베타니, 장 르노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 |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149분 | 2006년 상영관 CGV, 메가박스, 대한극장, 서울극장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결혼했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프랑스 메로빙거 왕조의 시조가 됐다'는 '발칙한' 가설을 바탕으로,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댄 브라운의 팩션(Faction) 소설 <다빈치 코드>는 2003년 8월 출판돼 전세계 43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초절정 베스트셀러다. 초절정 인기와 더불어 예수의 신성을 모독한 것은 물론 기독교 교리의 기본 근간을 뒤흔들었다는 이유로 기독교계의 '초절정' 비난을 한 몸에 받았지만,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수수께끼 풀 듯 기호학적으로 풀어가는 <다빈치 코드>의 흥미로운 이야기 줄기에 전세계 '이야기광'들은 환호했다.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 ⓒ프레시안무비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거대한 반전으로 작용할 '예수에 관한 새로운 가설', 기호학적 재미가 뒤섞인 <다빈치 코드>의 세계에 영화계 역시 큰 관심을 보였다. 소설 출간 7개월 후, 영화화가 결정된 <다빈치 코드>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아폴로 13><뷰티풀 마인드>의 론 하워드 감독. 또한 <의뢰인><타임 투 킬><뷰티풀 마인드>의 시나리오를 통해 '스릴러'에 재능을 보인 아키바 골드만이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각색하기 위한 펜대를 잡았다. 어느 밤, 루브르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소니에르가 박물관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주검의 주변을 뒤덮고 있는 무수한 기호들 중에는 'P.S. 로버트 랭던을 찾아라'는 문구도 포함되어 있다. 마침 파리에 머물고 있던 하버드대 기호학 박사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은 경찰의 호출을 받고 살인 현장을 방문하고, 거기에서 죽은 소니에르의 손녀이자 기호학자인 소피 느뷔(오드리 토투)를 만난다. 시체가 휘갈겨 놓은 한 마디 때문에 살인 누명을 쓰게 된 로버트 랭던은 소피 느뷔와 함께 시체가 남긴 문자를 해독해나가고, 둘은 <모나리자><암굴의 성모> 등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에 감춰진 거대한 비밀을 들추며 '잃어버린 예수의 성배'를 찾아 나선다. 두 기호학자가 펼치는 놀라운 해석에 의해 점차 윤곽을 찾아가는 '잃어버린 성배'는 기존 기독교의 교리를 송두리째 뒤흔들 만큼 위험하다. 로버트 랭던과 소피 느뷔는 경찰의 추격을 피하는 동시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을 은폐하기 위한 결사 조직 '오푸스 데이'의 막강한 추격에 온몸을 내걸고 비밀을 밝혀 나간다.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2시간 30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을까? <다빈치 코드>는 2시간 30분의 러닝 타임 내내 오로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몰두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지는 사건들은 제대로 된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그저 '진행'될 뿐이고, '기호학'의 매혹적인 상징들 역시 효과적인 이미지로 활용하지 못한다. 살인 사건에 휘말리고, 기존의 '기독교적 세계관'을 뒤흔들 만한 거대한 비밀의 중심에 선 두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은 영화 밖으로 전혀 비쳐지지 않아 관객과 심리적으로 호흡하는 지점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다빈치 코드>에서 눈에 띄는 건 두 주연배우가 아니라 '오푸스 데이'의 전사, 사일러스 역을 맡은 폴 베타니다. 폴 베타니는 자기 학대와 살인 등 '거대 비밀'을 영원히 밀봉하기 위해 치열한 종교적 아픔을 감내하는 불행한 영혼을 황폐한 시선과 피폐한 몸, 순간 광기로 뒤덮이는 눈빛을 통해 완벽히 표현한다. 전세계 최초로 루브르 박물관의 촬영 허가를 받는 영광을 누려 화제를 모으기도 한 <다빈치 코드>가 담은 루브르라는 공간은 기대와 달리 그다지 매혹적이지 않다. 루브르는 물론 베르사유 궁전 옆에 위치한 빌레트 성, 영국 템플 교회와 링컨 성당, 웨스트민스터 사원, 로스린 예배당 등 유럽의 수많은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배경으로 하고서도 '공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 역시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 초반부, 로버트 랭던이 새로 나온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며 '상대적으로 읽힐 수 있는 상징과 기호'들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에 방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같은 이야기도 전혀 다른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상대성'을 내세우는 이 장면은, 얼핏 <다빈치 코드>가 이야기하는 예수에 관한 가설에 대해 종교계가 보이는 예민한 반응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빈치 코드>가 주장하는 '예수의 비밀'은 충분히 상대적으로 읽힐 수 있으며, 특히 '픽션'으로서 충분히 매혹적이다. 문제는 영화 <다빈치 코드>가 원작 소설과 다른 그 어떤 '새로운 시선과 방점'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빈치 코드>는 원작의 이야기 줄기를 따라가려다 결국 거대한 이야기만 남은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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