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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유대인' 온주상인이 평양에 떴다"

'2006년 북한은 어디로?' 경제편〈6〉북의 유통부문 개혁·개방

2002년 7.1 조치 이후 북한의 유통부문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그 중 하나가 2003년에 실시된 농민시장의 종합시장으로의 개편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시장의 제도화'와 관련된 정책 당국의 중요한 결정이 채택되었다. '내각지시 제24호' 및 '내각결정 제27호' 문건이 그것이다.

'내각지시 제24호' 문건은 "농민시장을 인민생활에 필요한 시장으로 방향전환 할 것"을 지시하는 것이고, '내각결정 제27호' 문건은 기존의 '농민시장 관리운영규정'을 폐지하고 새롭게 '시장관리운영규정'을 정한 것이다.

북의 유통부문 변화…문제는 역시 소비물자 부족

이러한 전환의 배후에 있는 정책당국의 의도는 비공식적 시장의 제도화와 국영상업망의 정상화, 국가납부금 징수를 통한 재정 재건, 만성적인 소비물자 부족의 해소 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북한의 유통부문에도 개혁·개방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평양의 통일거리시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 ⓒ 연합뉴스

특히 만성적인 소비물자 부족의 해소와 관련하여 북한은 기존의 '국영상업망' 이외에 국영기업소와 협동단체들, 그리고 개인들의 시장활동을 용인했다. 그리고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국영상점들을 임시로 상품보장을 담보할 수 있는 무역회사들에 넘겨주는" 조치도 취하였다. 또한 "평양제1백화점과 같이 무역회사가 단독으로 운영하기 힘든 상업망들에 대하여는 무역회사들의 요구에 따라 상점의 매대 또는 층별로 임대해 주어 수입상품을 팔게도 하고 위탁판매를 비롯한 여러 가지 방법도 적용해 보도록 할 것"을 모색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소비물자 부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식량공급의 부족은 차치하더라도 소비재의 만성적인 공급부족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에서 유통되는 소비재의 80% 이상이 중국산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 자체의 소비물자 생산·공급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당장 부족한 소비재를 중국 제품으로 메우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지만 소비재의 대(對)중국 의존을 지속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문제다.

평양백화점 경영권, '온주상인'이 접수

소비재의 대중국 의존도 심화와 관련해 한 가지 중요하게 짚어볼 문제는 평양제1백화점의 대외개방 사례다. 앞서 언급한 '제24호' 문건을 보면 북한은 당초 평양제1백화점을 자체의 무역회사들을 통해 운영하려고 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2004년에 심양의 중욱(中旭)그룹과 평양제1백화점의 임대경영에 관한 교섭을 시작했고 올해 4월 동양국회무역(東陽國匯貿易)유한회사에 10년 임대경영권을 주기로 정식 계약을 맺었다(길림신문 www.jlcxwb.com.cn, 2006.5.1). 동양국회무역은 평양제1백화점의 매장 4개층 중 우선 1층 매장 1만 평방미터, 1000여 개의 소형점포의 5년 경영권을 온주상인(溫州商人)에게 분양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로서 '동양의 유대인'이라고 불리는 그 유명한 '온주상인'들의 북한 진출이 본격화하게 된 것이다. 북한이 왜 중국의 온주상인에게 평양백화점의 운영권을 넘기게 되었는지 그 내막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아마도 전국적인 소비재의 생산·유통의 네트워크를 담당할 기업그룹이 북한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온주모델이 '사기업 주체의 지역개발 모델'로서 시사하는 것은?

이 점에서 온주상인의 평양진출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온주상인 그룹은 생산·유통의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 존재하는 기업 그룹인데, 이들의 세계적인 기업활동 전개의 모태가 된 것이 이른바 '온주모델' 혹은 '전업시장(專業市場) 모델'이라고 하는 것이다.

'온주모델'의 특징은 ①다수의 가족이 경영에 참가하고 사기업이 공업화의 담당자라는 것 ②단추, 라이터 등 노동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낮은 '소상품'의 생산에 종사한다는 것 ③전국 혹은 해외에 퍼져 있는 유통네트워크에 의거하면서 상품이나 정보를 광역적으로 다룬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산업집적과 시장지향형 경영이 통합된 사기업 주체의 지역개발 모델을 '온주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점에서 이를 공업제품 혹은 소비재의 생산과 유통을 결합한 '전업시장 모델'로 부르기도 한다.

개인들의 경영활동 적극 보장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 유통부문 개혁조치가 성공하려면 더욱 확실한 개인의 영업활동 보장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북·중의 기업들이 함께 운영하는 보통강공동교류시장의 개업식 모습. ⓒ 연합뉴스

중국의 개혁개방 이래 온주는 눈에 띄지 않던 중소도시에서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민영경제의 발상지로 도약해왔고 온주상인들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서방세계의 각국에도 광범하게 진출해 있다. 온주상인의 평양 진출의 뿌리는 바로 이런 온주모델에 입각한 사영경제(私營經濟)의 발전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소비재의 생산·유통에서 개인경영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거니와 그것에 입각한 산업집적도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은 2003년 이후 유통부문 개혁에서 '개인들'의 상품생산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전향적인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개인들'의 상품생산과 유통에서의 역할은 대단히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예를 들면, 2004년 재정성 지시 '제29호'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다.

"개별적 주민들이 생산, 영업, 봉사활동을 하여 얻은 소득의 일부를 빠짐없이 국가예산에 집중시켜 (…)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보장한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오늘의 북한에서는 '개별적 주민들의 생산, 영업, 봉사활동'이 광범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재정당국의 징세 의도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지만 '개인들'의 생산·영업·봉사활동'을 제도화하고 이를 통해 소비재 생산·유통의 확대를 추동하려는 의지는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에서는 '개인들'의 생산·영업·봉사활동'에 대한 명시적인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에서도 비공식적인 개인수공업 혹은 개인서비스업들이 광범하게 생겨났고 따라서 소규모 생산경영 활동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 성숙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에서 개체 경영에 입각한 전국적인 생산·유통의 네트워크를 갖는 기업그룹의 형성을 기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북한의 유통부문 개혁개방 조치가 내실을 가지려면 엄청난 '상업열'을 보인 바 있는 '개인들'의 소규모 경영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뒤늦게나마 온주상인의 평양진출에 대응하는 '주체적인' 방편이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2006 북한은 어디로?' 시리즈는 <프레시안>과 <북한연구학회>의 공동기획으로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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