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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츄어 정몽준의 네번째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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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마츄어 정몽준의 네번째 실수?

<분석> '단일화風' 꺼뜨리면 실리도 못 챙겨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는 '아마츄어'다. 기업이나 축구 면에선 '프로'일지 모르지만 정치에선 '아마츄어'가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와 아마츄어의 기준이 뭐냐고 따져 묻지 말기 바란다. 정밀한 기준은 없다. 단 한가지, 정치적 계산과 행동이 논리적으로 일치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다.

이번 16대 대선 출마를 준비하면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 대표가 보여준 정치적 행보는 여러 차례 전문 정치분석가들의 예상을 어긋나게 만들었다. 그의 계산과 그의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대목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번 대선판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졌는지도 모른다. 반대로 대선국면이 다이내믹하고 재미있어진 측면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 대표는 손해를 많이 봤다. 철저한 상황판단과 계산이 전제된, 그래서 그 전략 아래 준비된 행보를 했더라면 그가 얻었을 수도 있는 많은 측면을 놓쳤다.

***사실상은 '공동정부' 요구 아닌가?**

잠깐 건너 뛰어서 당장의 일부터 얘기하도록 하자. 지금 정 대표는 네 번째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안 합의 이후 노-정 공조가 다시 위력 있게 출발할 것이라고 모두들 예상하는 순간에, "대북정책과 재벌정책을 조율해야 한다"며 다시 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정 대표가 진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통합21의 한 핵심인사는 '총리를 포함한 공동정부 요구'라고 털어놨다. 사실상 노 후보로부터 그런 말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단일화가 성사되자마자 뜬금없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들고 나온 것도 사실은 노 후보에 대한 '공동정부 선언' 요구 메시지였다. 하지만 글자 그대로 '개헌안'에만 양측이 합의하고 끝내버렸다. 노 후보로부터는 분명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정책 조율'이란 카드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전성철 통합21 정책위의장은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통합21의 주요 정책이 훼손되지 않고 유지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몽준 대표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에게 노 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서도 정책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내심은 다른 데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미 수차 밝힌 바 있다. 전 의장은 여러 차례 "노 후보가 정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 표를 가져가고 싶으면 자신이 집권할 때 정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안을 내놔야 한다. 그건 민주당 몫이다"라고 말해 왔다. 총리든 공동정부 구성이든 뭔가 명확한 정 대표 몫을 국민 앞에 공언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바람'은 스스로 꺼뜨려 놓고, 대세론을 상대하겠다?**

의석 1석인 미니정당 대표로서 아무런 사후보장도 없이 전력을 다해 노 후보를 돕는다는 건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따라서 정 대표가 뭔가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실수다.

첫째 정 대표는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나서 노 후보를 돕기만 하면 노 후보 당선은 기정사실이라고 자신한다. 그래서 '나눠먹기'란 비난 여론 때문에 정 대표에게 흔쾌히 답을 주지 못하는 민주당을 계속 궁지에 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대선 판세는 정 대표 생각과 다를 수 있다. 노-정 단일화 효과가 극대화되어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구도다. 지역과 조직에 기초한 '이회창 대세론'의 위력은 그만큼 크다.

둘째 그가 요구하는 '총리' 혹은 '공동정부' 구상이 가져오는 표의 손실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정 대표와 통합21 측도 '공동정부'안이 비판받을 소지가 크고, 그래서 손실이 있으리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그래서 명시적으로 말을 안 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큰 단일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대선 승리에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그 계산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노-정 단일화가 일종의 '바람' 역할을 한 것은 기존 정치에선 볼 수 없었던 신선함 때문이었다. 거기 기초해서 국민감정에 일시적 흥분상태를 조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력 분점'은 필연적으로 '야합'이란 구정치를 상징한다. 또 실제 노 후보가 당선될 때 정 대표가 총리를 맡고 장관자리를 이렇게 저렇게 나눈다면 나라가 어떻게 될까 하는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는 행위다. 즉 '바람'을 식히는 찬물인 것이다.

셋째 정 대표 요구대로 노 후보의 '공동정부 선언'이 나온다 치자. 그리고 또 노 후보가 당선되었다 치자. 그래도 실제 '공동정부' 구성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DJP연대로 정권을 장악한 DJ가 JP 총리 인준에 얼마나 고생했는가를 돌아봐야 할 게다. 게다가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총리청문회에서 두 번이나 파란을 겪은 후다. 대선에 분패한 한나라당이 과연 정몽준 총리를 인정할까?

***월드컵 이후 계속된 정몽준의 세 가지 실수**

다시 돌아가 정몽준 대표가 저지른 그간의 실수들을 정리해 보자.

첫째 월드컵 직후 대선출마 선언까지, 또 출마선언 이후 통합21 창당까지 그는 아무런 기반을 만들지 못했다. 조직과 자금, 전략과 전술 모든 면에서 준비가 없었다.

좌고우면하면서 한편으론 세력규합에 나설 것처럼 하다가, 또 한편 혼자 뛰겠다고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당시 '정풍'을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결정적 카드를 단 한가지도 구사하지 못했다.

이때도 그의 아마츄어리즘, 다시 말해 혼자서 새롭게 하다 보면 길이 열릴 것이라는 안이한 상황인식이 원인이었다.

둘째 단일화협상 과정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끌었다.

노 후보가 애초 그가 제안했던 '여론조사 통한 단일화'안을 전격 수용했을 때, 공연히 대의원 조사 방식을 끄집어냈다. 그러면서 몇일 시간을 허송했다. 그 사이 노 후보 지지도는 올라갔고, 정 대표는 내려갔다. 그리곤 결과적으로 노 후보 안에 동의하고 말았다.

또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경쟁력'이냐 '지지도'냐는 논란, '역선택'을 둘러싼 논란을 지나치게 오래 끌었다. 또 불필요하게 협상과정을 공개시켰다.

그 결과 얻은 건 없다. 말장난만 요란했지 사실상 여론조사는 '지지도'를 묻는 것이 되었고, '역선택' 논란은 '진짜 역선택'을 조장하고 말았다.

이 점 역시 아마츄어라 그렇다. 여론조사만 하면 분명히 이길 것이라는 정확치 못한 상황판단, 노 후보의 공세적 기세를 간파하지 못한 대응, 우유부단한 성격 등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셋째 단일화 성사 직후 개헌안을 끄집어낸 것 자체가 실수다.

개헌안은 노 후보 당선에 백해무익하다. 또 실현 가능성도 지극히 불투명한 먼 미래 얘기다. 게다가 설령 그렇게 된다 해도 정 대표 스스로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사실상 '총리' 자리 요구요, '공동정부' 요구라면 애당초 그러한 요구를 정면에 세웠어야 옳았다. 설악산을 찾아 말을 에둘러 할 것이 아니라 밀실에서라도 명확한 요구를 하고 민주당이 명확한 선택을 내리도록 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시간만 보내고, 단일화 효과를 없애고, 정 대표 이미지만 이상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네 번째로 끝나나, 다섯 번째까지 가나?**

지금도 정 대표의 네 번째 실수는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과 통합21측이 이른바 '정책 조율'을 위한 협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아마도 조만간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더 나아가 노 후보가 전격적으로 '공동정부' 구성안을 발표하게 될지도 모른다. 민주당 입장에선 '단일화 바람 몰아치기'가 최대의 대선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어쩌면 이미 때가 늦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단일화 경쟁에서 패한 순간부터 정몽준 대표는 역설적으로 최대의 호기를 맞았다고도 볼 수 있다. 흔쾌한 승복, 최선을 다한 지원유세로 노 후보보다 어쩌면 더 큰 인기를 누리게 될 수도 있는 기회이다.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노 후보도 당선되고, 자신의 이미지도 최고조로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 민심의 힘으로 총리도 되고, 공동정부도 따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개헌도, 차기 대통령자리도 넘겨다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정 대표도 그런 구상일지 모른다. 그런데 민주당 측이 너무 안이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몰라준다고 여길지 모른다. 개헌안 얘기 꺼낸 직후 노 후보가 '공동정부' 구상을 발표했어야 한다고 오히려 민주당 측의 아마츄어리즘을 욕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섭섭해 하고, 욕하고 있는 동안 시간은 흐른다. 그럴수록 정 대표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치고 있다.

이 네 번째 실수가 언제까지 가나 지켜 보자.

혹시 모른다. 다섯 번째 실수, 예컨대 개헌안을 매개로 한나라당과 모종의 얘기를 나누거나, 이인제 의원의 자민련 입당을 계기로 또 다른 '중부권 신당론'에 귀가 솔깃거리는 그런 일이 벌어질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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