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 알 할 ⓒ프레시안무비 | |
사우디에서는 최근 사상 처음으로 어린이영화 전용 극장 한 곳이 문을 열었다가 경찰의 단속으로 폐쇄된 적이 있을 만큼 극장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우디 국민 상당수가 불법 위성 TV 또는 비디오를 통해 다른나라의 영화를 은밀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영화는 대학졸업을 앞둔 사하드란 20대 초반의 여성을 중심으로 현대화와 전통을 둘러싼 가족 구성원들 간의 미묘한 갈등을 그리고 있다. 사하드는 사회에 나가 직업을 갖고 싶지만, 아버지와 오빠의 결혼 강요에 부딪혀 고민한다. 그런가하면 사하드와 비슷한 나이의 사촌 술탄은 영화감독의 꿈을 갖고 있으며, 그 또래 남성들이 그렇듯이 연애에 관심이 많다. 트리뷴은 다른 나라에서는 흔하디 흔하게 다뤄져 온 이런 주제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한번도 공개적으로 거론된 적이 없었다면서, 이 영화의 개봉이 성사된다면 사우디 사회에 큰 파장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우디 최초의 여배우가 탄생됐다는 점도 획기적인 부분이다. 주인공 사하드의 친구로 등장하는 힌드 무하마드란 여배우가 바로 그 주인공. 무하마드는 최근까지 라디오 성우로 활동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하드 역할을 연기한 여배우는 중동국가들 중 비교적 서구화된 요르단 출신이다. <케이프 알 할>의 제작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사우디 왕가에서 가장 진보적인 인물로 꼽히는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제작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는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최근 여성 주민등록증 발부 및 투표권 인정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첫 상업영화의 개봉을 계기로 대중문화계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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