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이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모두 고집이 세고 개성이 강한 감독들이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수비와 안정성에 치중하는 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공격에 비중을 많이 둔다."
대표팀의 핵심전력인 박지성이 히딩크 감독과 아드보카트 감독을 비교하면서 했던 말이다. 히딩크 감독보다 공격적 성향이 짙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3일 발간된 '2006 FIFA 월드컵 독일TM 공식 가이드(중앙 M&B)'를 통해 왜 대표팀이 포백 시스템을 쓰는지 그 이유를 밝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미드필드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포백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히딩크호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맨마킹에 용이한) 스리백으로 성공을 거둬서 팬들이 (포백을 쓰는) 현 대표팀의 수비진에 걱정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중원에서 상대 팀을 압도하기 위해 나는 스리백을 쓰지 않고 포백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을 했다.
수비수 3명이 지키는 스리백은 수비시에는 좌우 측면 미드필더가 수비라인까지 내려와 파이브백이 되기 쉽기 때문에 중원 싸움에서 상대에게 수적 우세를 내줄 공산이 크다. 반대로 포백은 좌우 풀백의 활발한 오버래핑이 생명이기 때문에 중원에서 상대와 승부를 걸기에 조금 더 적합하다. 결론적으로 공격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아드보카트 감독이 포백을 택했다는 뜻이다.
특히 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한국과 맞붙는 프랑스나 스위스는 허리가 매우 튼튼한 팀이다. 마켈렐레, 비에이라, 지단이 지휘하는 프랑스의 미드필드진은 세계 최강의 수준이며 요한 포겔, 바르네타 등이 포진된 스위스의 중원도 짜임새가 있다. 이에 맞서는 한국은 박지성을 정점으로 이을용과 김남일이 허리 라인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이 세 명에다 이영표, 조원희 등의 좌우 풀백이 순간적으로 미드필드 전쟁에 가담하는 특명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까지 한국 대표팀은 포백 수비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자(一字) 수비의 형태를 하고 있는 포백을 쓰면 상대 스루패스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로 홀대를 받아 온 것도 사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럽 무대에서 포백 시스템을 체험한 국내 선수도 많아졌고, 많은 선수들이 청소년 대표팀이나 K리그에서 포백을 경험해 전반적으로 포백에 대한 선수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여기에다 대부분의 축구 선진국에서 쓰고 있는 포백을 더 이상 외면하는 것도 한국 축구 발전의 저해요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대표팀의 수비수들은 포백 수비에 익숙한 편. 대표팀 발탁이 거의 확실한 중앙 수비수 김진규는 박성화 감독이 이끌던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포백에 적응돼 있는 상태. 대표팀의 최고참 수비수 최진철도 소속팀 전북에서 포백 수비를 이끌고 있다. K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포백 수비를 선보이고 있는 성남 일화의 김영철도 마찬가지다. '초롱이' 이영표도 PSV 에인트호벤과 토튼햄에서 모두 포백 수비 라인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물론 대표팀의 포백 수비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앙 수비수들 간의 유기적인 호흡과 좌우 풀백들이 오버래핑 할 때 노출되는 수비 뒷 공간의 커버 문제가 바로 그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찾기 힘든 한국 선수들의 '팀 정신'에 높은 점수를 두고 있다. 앞서 지적한 포백 수비의 해법도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한 뒤 자신의 역할을 판단하는 '팀 정신'이 뒷받침 돼야 한다. 대표팀은 11일 최종 엔트리 발표를 거쳐 15일에는 파주 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23명의 태극전사들이 모두 모인다. 독일 월드컵을 앞둔 축구 대표팀의 마지막 담금질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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