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주일미군의 재편과 주둔지 재배치 계획에 최종 합의했다. 3년 여에 걸쳐 진행된 협상이 최종 합의에 이름으로써 양국의 군사 동맹은 '강화'의 수준을 넘어 '일체화'에까지 다다르고 있다.
오키나와 부담 줄이고…기지 공동사용, 정보도 공유
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아소 다로 외상과 누카가 후쿠시로 방위청 장관이 참석한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에서 양국은 주일미군의 재편 및 재배치 계획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다.
양국은 협상 과정의 최대 쟁점이었던 오키나와 후덴마 비행장의 대체시설을 2014년까지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슈와브 기지 연안에 건설하며 대체 시설이 완성된 시점에 기존의 후덴마 기지는 일본에 반환하기로 했다. 비행장 건설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에 3년, 공사에 5년의 일정표로 기지 이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해병대 병력 8000명과 가족 등 1만7000명을 2012년까지 괌으로 이전하는 데에도 양국은 합의했다.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이전비용 102억7000만 달러 가운에데 60억9000만 달러를 일본이 부담할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은 현재 주일미군 기지의 75%가 몰려 있는 오키나와 기지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오키나와는 일본 내에서 주일미군에 대한 반대운동과 평화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또 워싱턴주에 있는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를 통합작전사령부(UEX)로 개편해 2008년까지 가나가와현 자마 기지로 옮길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육상자위대가 창설할 계획인 테러공격대처 중추부대 중앙즉응집단사령부도 2012년까지 자마기지에 설치할 예정이어서 자위대와 미군의 연대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항공자위대 항공총대사령부는 2010년까지 도쿄 소재 미군 요코다 기지로 옮겨져 미사일방어(MD) 사령부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군사 일체화로 한 걸음…일본 총부담금 명시 안해 논란 예상
이날 타결된 협상의 최종 내용에서는 전체적으로 '양국의 군사 일체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미군과 일본군이 기지를 함께 쓰고 공동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 과정으로서 주일미군이 전면적으로 재배치되는 것이다.
이번 합의는 냉전기와 냉전 종식후 과도기를 포함해 총 세 번째 주일미군의 재편이다. 개편을 거칠 때마다 양국의 군사 일체화는 점차 공고화되고 있다.
최종 보고서에 담긴 계획들이 모두 실현되면 미 육군과 육상자위대 사령부는 자마 기지에서 동거하며 훈련도 함께 실시하게 된다. 자마 기지에 설치될 미군 통합거점사령부는 한반도 유사시 투입될 실전부대를 지휘할 목적을 가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같은 기지에 신설될 일본군 중앙즉응집단사령부까지 신설되면 사실상 미 육군과 일본 육상자위대의 지휘 일원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공군도 아오모리에 있는 항공자위대 기지에 미군의 미사일방어용 최신 X밴드 레이더가 배치되고 항공총대사령부가 미 제5공군사령부가 있는 요코다기지로 재배치됨으로서 양군의 일체화를 시도한다. 더욱이 수집된 정보까지 양국이 공유키로 함에 따라 합동 작전의 기반을 닦을 전망이다.
양국이 회의 후 발표문을 통해 이날 합의로 미일 동맹이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고 밝힌 것처럼 미일 양국의 군사동맹은 '글로벌 과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지금까지 일본 자위대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주무대로 활동했던 것을 넘어 이라크전쟁의 자위대 파병처럼 전지구적인 활동 범위를 포괄할 목적이 바탕에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미군 재편에 필요한 분담금의 지출근거 마련을 위해 관련법안을 이르면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는 재편비용 분담액 중 해병대의 괌이전 비용의 일본 분담금만 명시했을 뿐 다른 경비에 대해서는 "시설 정비에 필요한 건설비와 기타 비용 중 명시되지 않은 것은 일본 정부가 부담한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총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주일미군의 재편 비용 중 일본측 부담금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관련법안의 국회 통과를 둘러싸고 일본 내에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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