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장섭, 이양희, 이재선 의원이 14일 탈당, 한나라당에 입당할 계획이다. 이로써 지역구의원들의 연쇄탈당이 이어져 자민련이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이날 탈당한 세 의원은 15일 한나라당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또 오는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한나라당 충남북 및 대전 선대위 발족식에 참석,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탈당으로 자민련 의석은 종전 13석에서 10석으로 줄어든다.
이와 관련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오래전부터 마음이 떠난 사람들은 당과 당원을 위해 일찍 떠나라고 했다"며 "김종필 총재를 중심으로 전 당원이 굳게 단결, 우리의 길을 갈 것이며 당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 도미노'로 자민련 붕괴 가시화**
그러나 대변인의 말과는 달리 자민련은 초상집 분위기다. 세 의원의 탈당은 시작일 뿐 '탈당 도미노'가 이어지면서 이제 당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
남은 당 소속 의원 10명 가운데 지역구 의원은 5명이지만 김학원 총무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모두 친(親) 한나라당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어 이날 탈당에 자극을 받아 연쇄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자민련에는 김 총무와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되는 전국구 의원 등 6명만 남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종필 총재가 13일에도 "밖에서 보면 우리 당이 흔들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나 혼자만이라도 반드시 당을 지켜 역사에 남는 일을 해놓을 것"이라고 당 사수 의지를 거듭 천명했지만 이미 자민련에서는 김 총재의 입김이 더 이상 미치지 않는 분위기다.
김 총재는 그간 '4자 연대'와 '공동 원내교섭단체 참여'가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뒤 이들의 탈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 왔다.
김 총재는 4자연대나 교섭단체 참여를 강행할 수 있었지만 이 경우 탈당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자제해 왔다. 소속 의원들이 똘똘 뭉치기만 한다면 정계개편 과정에서 어떻게든 당의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중부권 신당 창당 모색, 이마저도 낙관 못해**
그러나 이제 지역구 의원 탈당이 가시화된 만큼 김 총재는 다시 민주당 탈당파들과의 공동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교섭단체 구성후 중부권 신당으로 발전시킬 경우 이번 대선 승패와는 관계없이 내후년 총선에서 재기를 도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탈당파 가운데 중부권 신당 창당에 적극적인 쪽은 이인제 의원을 비롯한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다수는 후보단일화 협상의 성패 여부에 따라 단일화된 후보 쪽이나 한나라당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자민련에 6명의 의원만 남고, 민주당 탈당파 가운데 공동 원내교섭단체를 선택하는 의원이 적을 경우 민국당과 무소속 등을 모두 포함하더라도 교섭단체 기준인 20명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탈당 러시가 시작된 자민련의 운명은 이제 후보단일화협상의 성패 여부, 그에 따른 민주당 탈당파들의 선택에 달려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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