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전쟁은 정부와 국민들이 똑같이 책임져야 하는 것"
23일 <알 자지라>를 통해 공개된 빈 라덴의 육성 녹음 테이프에서 그는 하마스 주도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고립과 지원 중단은 서방 세력이 이슬람국가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빈 라덴은 "하마스 정부에 대한 서방의 봉쇄 정책은 이슬람에 대한 시오니스트(유대인)의 십자군 전쟁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서방국가들이 이슬람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에 대해 해당국 국민들도 책임이 있다며 "전쟁은 정부와 국민들이 똑같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랍권 국가들이) 불타고 있고, 우리 집들이 폭격을 받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죽어가는 동안, 그들(서방권 국민들)은 그들의 자식들을 우리와 싸우기 위해 군대에 보내며 정부에 대한 재정적ㆍ정신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발언은 서방의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알자지라>는 분석했다.
빈 라덴은 이 외에도 마호메트 풍자만평으로 비롯된 사태와 관련해 만평을 그린 사람을 자신에게 넘겨 직접 응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덴마크 정부를 지지한 미국을 포함한 서방권 국가의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내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수단에 유엔이 평화유지군 파견을 추진중인 것과 관련, 그는 "수단과 아랍권에서 이슬람의 전사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은 수단에서 십자군의 약탈에 대비한 또 다른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단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현 정권의 보호가 아니라 이슬람 땅과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알카에다의 정신적 압박 증거"…하마스 "빈 라덴 개인 견해일 뿐"
지난 1월 19일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빈 라덴의 육성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자 미 백악관은 "알 카에다 지도부가 아직도 도망중이며 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트웬티나인 팜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그들은 도망중이고 우리는 진격하고 있으며, 우리는 결코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적들을 계속 궁지로 몰아넣고 있으며 그들이 미국을 상대로 어떤 계획이나 음모를 꾸미기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이 테이프의 진위 여부에 대해 "우리 정보 당국으로부터 빈 라덴의 육성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받았다"고 밝히고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빈 라덴이 언급한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그의 발언에 대해 일정 정도의 '거리 두기'에 노력하고 있다.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빈 라덴이 말한 것은 그의 개인적 견해"라며 "하마스는 빈 라덴과는 별도로 하마스 고유의 입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마스 정부에 대한 봉쇄 조치를 중단하라고 서방권에 촉구하면서 "하마스는 서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 테러 단체로 낙인찍힌 알 카에다와 하마스가 밀접한 연계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하마스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이스라엘이 최근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무장요원 2명을 알 카에다 조직 가입 혐의로 기소하는 등 알카에다를 하마스에 대한 공격의 한 고리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하마스는 알카에다와의 거리두기에 더 적극적이다.
현지 소식통들은 벌써부터 빈 라덴의 육성 테이프 공개가 하마스와 알카에다의 진짜 연계 연부를 떠나 하마스 정부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 의원들 "럼즈펠드는 이제껏 빈 라덴도 못 잡고 뭐 했나"
빈 라덴의 육성 공개로 럼즈펠드 장관의 사퇴 물결이 미국 내에서 다시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돈과 자원을 적지 않게 들여가며 알카에다의 소탕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이 부각된 까닭이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의 간사인 제인 하먼 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번 테이프는 9.11 사건 발발 4년이 넘도록 아직도 빈 라덴을 '추격중'이며 역사상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를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이라크에 섣불리 개입해 막대한 자원이 수렁에 빠져 있게 함으로써 빈 라덴 체포에 전념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도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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