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기자실 마이크 잡은 한화갑의 '복심'

장전형 전 대변인 '기자 찾아 삼만리'

장전형 민주당 전 대변인이 23일 열린우리당 중앙당사 기자실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박주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출마기자회견을 알리기 위해 '적진(?)'까지 찾은 것. 휴일이라 가뜩이나 몇 명 안 되는 민주당 출입기자들이 당사를 찾지 않았고, 국회 기자실도 텅텅 빈 데 따른 헤프닝이다. 
    
한화갑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며 현재 박주선 캠프 대변인을 맞고 있는 장 전 대변인은 열린우리당 로고를 배경으로 브리핑하는 어색한 심정을 "떨린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는 "민주당이 분당됐을 때 내가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내가 아닌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라며 한때 대여 '공격수' 노릇을 담당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눈꼽만해져 출입기자들이 있기는 한데 잘 오지 않는다"고 소수정당의 비애를 토로하면서도 "그렇다고 한나라당 기자실을 갈 수는 없지 않느냐. 언젠가는 같이 해야 할 사람들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같이 살게 잘 부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24일로 예정된 박주선 후보의 공식 출마회견 일정을 간략히 소개한 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 및 한 때 한솥밥을 먹었던 당직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당사를 떴다.
    
우상호 "같이 당 생활했던 동료인데…"
    
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우상호 대변인도 장 전 대변인만큼이나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그는 "장 전 대변인은 당 생활을 같이 했던 동료라 마음이 착잡하다"고 입을 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은 조재환 민주당 사무총장의 '돈 공천'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이 여권을 향해 쏟아낸 비난에 대한 반박이었다. 그는 "민주당이 공천헌금을 정치공작과 연결시키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며 "민주당 내부에서 일어난 모든 문제를 여권의 공작으로 떠넘기는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역기반이 튼튼한 지역정당에서 공천헌금이 관행적으로 오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왜 지역주의가 극복되지 않으면 안되는지, 왜 우리당이 지역주의와 맞서 싸우는지의 의미를 보여준 것"이라고 역공했다. 
    
그러나 우 대변인은 말미에 장 전 대변인의 갑작스런 출현을 의식한 듯, "한화갑 대표가 '당의 형편이 어려워 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 말은 가슴이 아프다"고 한마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