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만금 간척사업의 33km 방조제의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끝났다. 공교롭게도 다음 날인 22일은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자는 의미의 '지구의 날'이다. 새만금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던 이부영 전 의원이 편지글 형태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편지 수신인으로 돼 있는 김호정 씨는 미국 텍사스 주립대 환경생태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방조제를 터서 해수를 유통시켜 갯벌을 살리고, 터진 방조제 구간은 다리로 연결시키며, 그 갯벌과 해양 자원을 바탕으로 복합해상관광단지를 만들면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편집자)
***새만금 물막이 하루 뒤-- 미국의 김호정선생께 띄우는 글**
오늘 4월 22일은 하나뿐인 지구, 모든 생명의 공동의 집인 이 녹색별을 그동안 학대해온 인간들이 더 이상 그랬다간 자신들을 포함해서 모든 생명들을 재앙의 나락으로 떨어뜨릴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환경 생태계를 더 이상 파괴해서는 안된다고 선언한 36번째 '지구의 날'입니다.
이 지구의 날 새벽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저는 김 선생께 죄지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이 글을 씁니다. 바로 어제 신문 텔레비전 뉴스로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15년만에 우여곡절 끝에 완료된 것을 축하하고 환호하는 장면들을 보았습니다. 오늘 같은 날 우리나라에서 세계의 3대 갯벌 가운데 하나인 새만금을 세계에서 가장 긴 33Km의 방조제로 막아 저 세상으로 보냈다는 소식이 발신되다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러고도 우리가 세계 11위 경제대국이고 OECD 가입국이며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나라라면서 말입니다.
김 선생께서 멀리 미국의 텍사스 주립대학교 환경생태학 박사과정에서 열심히 연구에 정진하시면서도 조국 땅 한귀퉁이 새만금 갯벌의 숨통이 막히는 것이 안타까워 친생태적인 여러가지 방안들을 보내주시면서 온갖 노력을 기울여 주셨지만, 이곳에 있는 저희들이 제 역할을 못해서 새만금 숨통이 막혀버렸습니다. 다시 한번 사죄를 청합니다.
눈감고 책상 앞에 앉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오갑니다.
천지신명이시여!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새만금 갯벌 막아 생기는 땅 땅,
분당, 판교, 죽전, 용인, 땅부자 팔자 핀듯
오뉴월 가뭄에 단비 쏟아진듯
개발 번영 무지개꿈이 단숨에 다가온듯
그 물막이 위에서 태극기 흔들며 환호하고 있습니다.
바늘구멍 틈새 하나 없이 숨통조인 완벽한 죽임을 찬미하는 것인가요?
생명과 상생 화해하라는 목소리를 짓눌러버리고 승리에 도취한 것인가요?
다음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쏟아질 표계산에 분주할 것입니다.
물막이 공사를 완료한 관리들은 훈장포상, 승진 기대에 부풀어 있겠지요.
물막이 공사로 한목잡은 토건업자들은 땅따먹기에 분주하겠지요.
대통령을 지내신 분들은 너도나도 한반도 지도를 바꾼 새만금 대역사로 자서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겠지요.
그런데 쏟아질 표도, 훈포장 승진도, 땅따먹기도, 자서전도 아무것도 없는 새만금 주변 백성들은 무얼 가지게 되나요?
무지개꿈일까요?
올 여름 무더위 장마 지나고 동진강 만경강 흘러내리는 물목 여기저기 생겨날 물웅덩이 거기서 안개처럼 피어날 지겨운 물것들이 딸기, 포도 등 과일 농사와 야채 농사에 봄, 가을 바닷바람에 불어닥치는 소금기 섞인 갯먼지가 무지개꿈이 허망한 신기루였다는 것을 가르쳐 주겠지요.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죄를 물을 수 없겠지요.
잘 알면서도 죄를 저지른 사람들, 신념을 바꿔 집행을 밀어부쳤거나 판결로 방조했던 사람들이 그들이지요.
그러나 누구보다도 큰 책임은 모르는 사람들을 일깨우면서 생명질서를 지켜냈어야 할 생명평화운동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정성을 다해 대화하고 설득했는지, 더 많은 형제 자매들이 참여하고 행동할 마당은 마련되었는지. 생명평화운동하는 사람들이 물막이하는 사람들을 미워하고 적대하여 마지막 순간 타협적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아닌지.
천지신명이시여!
대지의 몸에 칼을 들이대고 그래서 자신의 집을 허무는 것도 모르는 무지한 무리들을 용서하소서.
다만 섭리를 거역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권력을 재부를 탐한 무리들은 벌하소서.
또한 생명평화의 길로 그들을 이끌어내고 설득해야할 책임이 있으면서도 그 소임을 다 하지못한 무리들을 더욱 엄히 벌하소서.
멀리서 좋은 말씀, 많은 걱정 보내주신 김선생께 면목없는 마음을 몇자 글로 담아 새만금 물막이 완공 다음날인 '지구의 날' 새벽에 띄웁니다.
내일 23일 새만금 해창 갯벌에서 있을 '새만금 생명평화 기원제'행사에 갯벌의 뭇생명을 진혼하고 그리고 할 일을 다못한 참회하는 마음으로 참석할까 합니다.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2006년 3월 22일 지구의 날 새벽 4시 20분
서울에서 푸르쇠 이 부 영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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