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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부금 1조원'은 '환수대상 범죄수익'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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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부금 1조원'은 '환수대상 범죄수익'일 수도

검찰 "글로비스 지분 사회환원의 의미 잘 따져야"

현대차그룹이 기업비리에 대한 책임으로 1조 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검찰은 "수사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찰청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19일 '현대차의 기부가 관련자들의 수사나 처벌 수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질문에 "수사는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며 처벌 수위에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채 기획관은 또한 "글로비스의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해, 글로비스 지분을 통한 1조 원 기부 약속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채 기획관은 "글로비스를 추적해보면 자금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며, 1조 원의 의미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정 회장 부자가 글로비스 주가를 높여가는 과정이 위법했다면 그들의 지분 가치 증가액은 '범죄 수익'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1조 원'이라는 표현도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채 기획관은 "주식 가치는 수시로 변한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이날 현대차의 발표 이후 글로비스 주가가 15%가량 폭락해 주식 시가 총액이 8500억 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1조 원 기부'를 발표했음에도 검찰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어서 앞으로 차례대로 조사를 받게 되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정몽구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조원 재산 종잣돈은 50억 원**

현대차 그룹은 이날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하면서 '정몽구 회장 부자 사재 1조 원 상당 사회환원'이라고 표현했지만 검찰은 '정몽구 회장 부자 소유 글로비스 지분 환원'이라고 다르게 표현했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시가 1조 원 상당의 글로비스 지분 60%'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글로비스의 설립 과정과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 1조 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

2001년 3월 한국로지텍㈜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글로비스는 당시 총 자본금 12억5300만 원이었고, 정의선 사장과 정몽구 회장이 60%와 40%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그 뒤 글로비스가 대주주의 추가 자본금 납입을 통한 증자로 자본금을 50억 원까지 늘린 점을 감안하면 정몽구 회장 부자가 글로비스에 투자한 종잣돈은 50억 원인 것이다.

하지만 계열사의 '운송물량 몰아주기'로 급성장한 글로비스는 2004년까지 주식배당으로 자본금을 150억 원으로 늘렸고, 정 회장 부자는 2004년 11월 글로비스 지분 25%를 노르웨이 해운회사인 벨헬름센에 팔아 1억 달러(한화 약 1000억 원)를 벌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 부자가 회사 배당수익으로 얻은 금액도 133억7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정 회장 부자는 이미 남아도 한참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글로비스는 지난해 12월 거래소에 상장해서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성적을 올렸고, 액면분할 후 액면가가 500원인 주식의 18일 종가가 4만1750원이라서 정 회장 부자의 지분 평가액은 약 1조 원(9400억 원) 규모로 계산된다.

현대차 측이 '1조 원 상당의 사재'라고 표현한 유가증권은 정 회장 부자가 50억 원을 투자해 편법으로 불린 재산에 불과할 뿐 아니라 정 회장 부자는 이미 1000억 원 이상의 매각차익을 얻었다는 얘기다.

***강제추징될 수도 있는 재산**

문제는 정 회장 부자가 갖고 있는 1조 원대 글로비스 주식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범죄수익 환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행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2조 1호는 '재산상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범한 죄'로 얻은 수익을 국가가 환수하도록 하면서 그 대상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를 포함하고 있다.

또 이 법은 '범죄수익' 자체뿐 아니라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도 환수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누군가 회삿돈을 빼돌려 만든 비자금으로 부동산을 사거나 유가증권을 샀다면 이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자체가 환수 대상이 되고, 정 회장 부자가 글로비스에 투자한 50억 원의 출처가 비자금이라면 글로비스 주식도 환수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검찰은 정 회장 부자가 경영권 승계의 '자금줄'로 이용한 글로비스 주식이 범죄수익 환수 대상이 되는지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 부자가 검찰에 강제로 빼앗기느니 차라리 먼저 기부하자고 판단해 글로비스 주식을 사회헌납 대상으로 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기아차 지분 1.99%도 비자금을 토대로 형성됐다면 환수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비자금을 만든 건 사실이지만 그 돈으로 글로비스 주식을 산 것은 아니다"며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 부분은 앞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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