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발생 20주년을 맞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9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18일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된 1968년 4월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가 그동안 과소평가돼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간 유엔은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로 인한 암 발생건수가 4000건에서 9000건 정도라고 추정해 왔다. 그러나 그린피스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추정에 따르면 실제 암 발생으로 인한 사망은 9만3000건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암 외의 다른 질병까지 포함하면 20만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은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체르노빌 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사고 당시 직접적인 방사능 누출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56명이며 전체 사망자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포럼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과 사고 피해국인 러시아,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정부가 참가했다.
이들 기구들은 사고 이후부터 체르노빌 인근에서 나타난 질병 및 건강상 문제의 상당수는 방사능 누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며 과음, 흡연 등의 생활습관으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그린피스는 그러나 당시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27만 건의 암이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중 9만3000건은 상당히 치명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체르노빌로부터 300㎞ 떨어진 리브네에 있는 어린이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오사나 로조바는 여러 세대들이 그 사고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당시 어린아이였던 사람들도 면역 체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그들은 아직 건강해야 할 나이에 벌써 질병으로 시달린다"며 "그들은 그들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보다 훨씬 더 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WHO는 체르노빌 포럼과 그린피스 보고서를 비교하는 것에 대해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며 두 보고서를 같이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WHO의 대변인은 "그린피스의 보고서는 유럽 전 지역을 조사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보고서는 가장 피해가 심했던 주요 3개국의 피해지역을 조사한 것"이라고 엄청난 수치의 간격을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WHO는 최고 수준의 국내외 과학적 증거들과 연구들을 토대로 9000건이라는 추정치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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