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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 '큰 바다'인가 '큰 무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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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昌, '큰 바다'인가 '큰 무덤'인가

<심층분석> 한나라당 '큰바다 정책'의 겉과 속

한나라당이 이인제, 박근혜 의원과 박태준, 이수성 전 총리 영입에 공을 들인다 한다. 김윤환 민국당 대표, 조순 전 서울시장, 이기택 전 의원도 영입대상자로 거명되고 있다. 한걸음만 더 가면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도 있다. 이른바 '큰바다 정책'이다.

'큰바다 정책'이란 당 정책위원회가 마련한 공식 대선 관련 보고서에 등장한 명칭이다. 영입 대상자를 '강물'에 비유하고 모든 강물을 함께 안고 감으로써 이회창 후보가 '큰바다'를 이뤄야 한다는 논리다.

내세운 명분은 이 후보의 바다같은 지도력 과시와 국민통합 의지 천명, 이른바 '국민 대화해' 정책의 일환이다.

***'큰바다 정책'의 정치적 속내는?**

90년 3당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자당을 모태로 신한국당을 거쳐 오늘에 이른 한나라당. 그간 많은 이탈과 숙정이 있었다.

92년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박태준 전 총리가 제거됐다.

97년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이수성 전 총리, 이인제 의원이 이탈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조순 전 총리, 김윤환 민국당 대표, 이기택 전 의원이 탈락했다.

얼마전 당 개혁과 관련, 박근혜 의원이 탈당했다.

이회창 후보는 이들 모두를 다시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구원(舊怨)을 씻고 다시 손잡는다 한다. 포용, 통합, 화해라 한다.

그 정치적 속내를 들여다 보자.

***권력자의 아량으로 반창 결속력 무너뜨리기**

첫번째, 권력자의 아량이다. 몸집 부풀리기다. 이삭줍기식 득표전략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권력자의 아량이란 곧 비토세력 결속력 무너뜨리기에 다름 아니다.

현재의 영입 대상자들이 이탈한 과정은 한마디로 이회창 후보의 권력형성 과정이었다. 스스로 나갔든 쫒아냈든 이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이 후보는 오늘의 위치에 올랐다. 다소 살벌한 표현을 쓰자면 '살기 위해 죽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한나라당 내에서 이 후보의 권력은 확고부동하다. 누가 다시 들어와도 도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직 불안한 구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선 승리가능성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대통령이 다 된 듯한 분위기다.

권력의 위치에서 이젠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아량을 베푸는 이미지 창출 전략이다.

이러한 이미지 창출은 소위 '저승사자'식 이미지 벗기, "집권하면 피바람이 불 것"이란 말로 시작되는 비토세력 결속력을 무너뜨리는 효과를 노린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DJ의 임기 마무리를 돕고, 퇴임후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을 시켜준다는 얘기로 통한다. 홍업 홍걸 두 아들의 사면 건의까지 등장하고 있다.

'반창 정서'의 핵인 불안감을 씻어 반창연대의 결속력을 무너뜨리려는 포석이다.

***몸집 부풀리기로 한나라당發 逆정계개편**

두번째, 몸집 부풀리기란 한나라당 발(發) 역(逆)정계개편의 가속화다.

한나라당의 영입 대상자는 하나같이 정몽준, 심지어는 노무현 측에게도 그 중 일부는 값어치 나가는 대상들이다. 박근혜 의원은 정 의원이 연속해서 러브콜을 보낸 유일한 대상이다.

이인제 의원은 4자연대의 한 축이 될 수도 있고, 정반대로 노 후보에게 사과하고 전폭 지원을 선언한다면 민주당 내분 정리에 상징적 역할을 담당할 힘 정도는 갖고 있다.

박태준 이수성 전 총리는 노·정 양쪽에서 모두 한번씩은 영입설이 나돌았던 인사들이다.

나머지도 힘의 정도는 다르지만 거기서 거기다.

이때 한나라당이 이들을 영입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민주당 노 후보 측을 소수로 고립시키는 것이며, 정 의원의 '국민통합 21'이 크게 출범하는 것 자체를 막는 효과를 갖는다. 이미 한승수, 전용학, 이완구 의원 영입으로 그 효과를 가늠한 바 있다.

그간 떠돌던 각종의 정계개편설을 무력화시키는 역(逆)정계개편이자 동시에 이회창 대세론의 확산인 것이다.

***확고한 고정표 자신감에 바탕둔 이삭줍기 득표전략**

세번째, 이삭줍기식 득표전략이란 한나라당이 대선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이미 '관리'에 들어갔다는 것을 반증한다.

승리가 불투명할 때 후보는 뭔가 파격적인 수를 놓는다. 새로운 상황을 연속 터뜨려 판을 뒤흔들려 한다. 노 후보가 '뺄셈정치'까지 거론하며 개혁행보를 강화하는 것, 정 의원이 세 규합과 선명성 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은 다 그 때문이다.

반면 승리가 앞에 보이면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고정표를 다지면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는 전략을 쓴다.

과거 이탈했던 사람들을 다시 받아들이는 데 대한 여론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철새정치 비난이 있을 테고, 무차별 세 확산에 대한 비판도 거셀 것이다.

하지만 "내 표는 그런 비난 때문에 떨어져 나갈 표가 아니다"라는 강한 자심감이 있기 때문에 강행하는 것이다. 대신 "한사람 한사람이 조금씩이라도 표를 가져올 것"이란 믿음에서 영입교섭에 주력하는 것이다.

***"욕은 먹지만 표도 온다"**

이런 맥락에서 한나라당은 '큰바다 정책'을 만들었다. 이제 문제는 '조건'이다. 영입대상이 요구하는 조건, 자리, 공천권, 아니면 돈이든 특혜든 민원해결이든 하여간 뭔가 조건이 들어맞으면 영입이 성사될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엔?

대선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론의 비판, 언론과 지식인의 질타가 이어지겠지만 표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역대 선거가 그것을 증명한다.

대통령직선제가 채택된 87년 1노3김의 선거판 이후 92년엔 3당합당이, 97년엔 DJP연합이 이겼다. 모두 비판받았지만 표를 얻는 데는 결정적 몫을 했다.

이번 경우 그처럼 큰 파괴력을 발휘하진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고정표가 확고한 쪽에서 몸집부풀리기, 이삭줍기식 득표전략을 쓰면 항상 표를 늘렸다. '심판하자'고 외쳤지만 정작 심판하지 못했다.

"욕은 먹지만 표도 온다."

이것이 정치현실이다.

***권력의 '무덤 파는 무원칙', 유권자가 심판해야**

따라서 '큰바다 정책'은 이회창 후보의 대선승리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후에 터진다.

'조건' 때문이다. 당장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이곳저곳 손을 벌려 놓으면 그게 모두 짐이요 덫이다. 도와주는 대가로 상대방은 무엇인가를 요구할 것이고, 그 요구는 집권후 국정을 파탄에 빠뜨릴 가장 큰 위험요소다.

양김 집권 10년이 그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YS, DJ 양자 모두 한계가 크다. 스스로 잘못한 것이 많다. 하지만 동시에 YS는 3당합당의 한계 때문에, DJ는 DJP연합의 굴레에 묶여 하고 싶어도 못한 것들이 많다. 또 그러다 보니 집권세력의 국정노선이 불투명해지고 그 결과 부패와 비리가 만연하게 된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이회창 후보의 '큰바다 정책'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되는 데는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 후 스스로 걸어들어가야 할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해답은 명확하다.

유권자들이 바로 이 측면까지 고려한 투표를 할 때, 그래서 '큰바다 정책' 같은 무원칙이 득표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방해가 된다는 것을 입증할 때, 그때 한국정치는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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