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효과'가 '오세훈 효과'를 불러냈다"는 데에는 정치권에 이견이 없다. 그럼 강금실 전 장관은 자신의 '천적'을 불러낸 셈이 되나?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수치를 보면 분명히 "그렇다"는 답이 나온다. 오 전 의원은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강 전 장관을 앞서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해석은 정반대다. 우리당 기획위원장인 이광재 의원은 "오세훈 의원이 나오면 쉬워진다"고 말했다. 일부 여론분석 전문가들도 결론적으로는 이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거세게 불고 있는 '오세훈 바람' 속에 그 함정을 지적하는 논리들도 하나 둘씩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오세훈보다 홍준표가 더 버겁다"**
이광재 위원장은 14일 "오세훈보다 맹형규, 홍준표가 더 버겁다"며 "특히 홍준표 의원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한나라당 후보군의 경쟁력 순위와 역행한다.
이 위원장이 오세훈 전 의원을 '손쉬운 상대'로 보는 첫 번째 이유는 "인물가치 면에서 강 전 장관이 오 전 의원보다 2.5배 앞서나간다"는 것. 이 위원장은 "지난해 5~6월 집중적으로 조사를 해 본 결과 강 전 장관과 오 전 의원은 서울시를 이끌어 나갈만한 리더십에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며 "강 전 장관이 리더십이나 경륜 면에서 압도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다만 정당가치, 즉 정당의 지지율 차이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보는 것"이라며 "하지만 역대 어떤 선거를 보더라도 정당지지율 격차는 5% 내로 좁혀진다. 따라서 인물가치가 높은 사람이 승산이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선거는 본질적으로 인물의 내면적 가치와 본질적 가치의 승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한 "열두 명 짜리 '지성(오세훈 전 의원이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을 이끈 사람과 10년 간 판사를 하고 법무부장관을 한 사람이 같을 수 있느냐"고 '내공' 차이를 강조하기도 했다.
두 번째 이유는 투표율이다. 이 위원장은 "투표율이 53.1%를 넘으면 우리가 이긴다"며 "오세훈의 등장, 열린우리당의 아름다운 경선은 젊은층 투표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위원장은 "투표율은 시대정신을 가진 후보가 등장할 때, 인간적 휴먼 스토리가 강하면 강할수록 높아진다"며 "남의 당이라 함부로 말하기가 어렵지만 오 전 의원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선거(판세)가 (강 전 장관에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오세훈 바람'은 조만간 진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위원장의 결론이다. 그는 "(강금실에 대한) 한나라당의 위기의식은 오세훈이라는 신상품을 만들어내 약간의 쏠림이 있었지만, 어제 〈MBC 100분토론〉에서 알 수 있듯이 조정국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후보 토론에서 오 전 의원이 맹형규 홍준표 후보의 집요한 공격에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허점을 노출했다는 일각의 평가를 상기시킨 대목. 강금실 캠프 대변인인 오영식 의원도 "지금 추세대로 가지는 않는다. 오세훈 전 의원도 조정국면을 맞는 계기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백짓장' 오세훈, 김칫국물 한방울만 떨어져도…"**
이 위원장의 이런 분석은 여론조사 수치 이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깔린 것인지, '오세훈 효과'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전략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도 '오세훈 함정론'을 지적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정치컨설팅 회사인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이 위원장의 분석은 서울시장 선거를 '인물 구도'로 몰고 가려는 의도"라고 지적하면서도 "오세훈 전 의원이 나서게 되면 인물구도로 갈 수밖에 없어 나름대로 타당한 얘기"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은 정당구도로 가면 거의 승산이 없기 때문에 인물구도로 바꾸어야 승부를 걸어 볼 만한 공간이 생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특히 "오 전 의원의 이미지는 거의 백지 상태라 10년 동안 저격수 노릇을 했던 홍준표 의원과는 달리 김치 국물 한 방울에도 흔들릴 수 있다"면서 "악재가 등장했을 때 충격은 강 전 장관보다 오 전 의원이 치명적으로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대중들이 강 전 장관을 판단하는 것은 도덕이 아니라 자유롭게 살아 왔을 것 같은 느낌인 반면, 오 전 의원은 '정수기 광고' 등으로 깔끔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형성된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을 깨는 무엇인가가 나오면 대단히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듣기에 따라선 오세훈-강금실 간에 인물 대결 구도가 확정될 경우,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대규모 인신공격이 난무할 가능성을 예상한 것일 수도 있다.
박 대표는 한편 "만약 강 전 장관의 거품이 걷혀 오세훈 후보뿐만 아니라 홍준표 맹형규 후보가 나서도 이긴다는 판단이 서면 대번에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정은 내부의 파워게임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여론조사에 근거한 섣부른 '오세훈 대세론' 전망에도 제동을 걸었다.
박 대표는 다만 "오세훈 의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 '강금실-오세훈' 대결에서 '강금실 필승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는 정당 지지율을 뛰어넘기 힘들다고 보는 게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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