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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영화판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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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영화판으로 간 까닭은

[뉴스메이커] 영화전문 조광희 변호사, 영화사업가로 변신

어떤 변호사가 있다고 치자. 이 변호사가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포기하고, 나름대로 이 사회 '권력'이라는 이점도 포기하고 갑자기 영화 일을 하겠다고 하면 대부분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얘기할지 모른다. 맞는 얘기다. 변호사가 무슨 영화이겠는가. 하지만 이 사람, 조광희 변호사(40)에게만큼은 조금 다른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조광희하면 국내 영화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물이다. 그만큼 그는 한국 영화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 왔는데, 한결 법무법인 소속인 그는 지난 6~7년간 영화계 전문 법률자문으로 이름을 날려 왔다. 그가 맡았던 영화계 내의 '사건'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예를 들어 <그때 그사람들>의 상영금지가처분소송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때 그사람들>은 지난해 상영 당시 일부 장면을 놓고 박정희 전대통령의 아들인 박지만 씨와 상영금지가처분 소송을 벌인 적이 있다.
조광희 변호사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그때 그사람들>의 제작사인 MK픽쳐스를 비롯해 영화사 봄, 그리고 싸이더스FNH같은 영화사들뿐만 아니라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인회의 등 영화단체들까지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조광희 변호사를 찾아 오다가 아예 그에게 법률고문이나 법률간사 감투를 씌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법률자문도 당분간 못하게 됐다. 아예 영화사 '봄'으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 그럼 그 회사의 법률고문으로 스카우트된 것일까. 그게 또 아니라는 게 요즘 이 사람한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는 5월부터 영화사 '봄'의 제작본부장으로 일하게 된다. 이번엔 아예 변호사 꼬리표를 떼어 버린 것이다. - 그렇게도 영화가 좋은가? 음…. 좋다.(웃음) 그보다는 변호사 일이 지겨워졌다. - 변호사 일이 지겨워서 차선으로 택한 직업이다? 어, 그건 아니고…. 이제 우리사회도 변호사라는 직업이 하나의 라이센스처럼 받아들여질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변호사가 변호사 일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다. 변호사 전문자격증을 딴 사람인데 분야는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늘어날 때가 됐다. - 법정영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꿈은 아니고? <폴 뉴먼의 심판>이라는 영화는 아주 재미있게 봤다. 훌륭한 영화였다. - 말이 나온 김에, 왜 우리나라엔 법정영화를 그렇게 못만드나? 아직 많이들 안 만들어봐서 그렇겠지. 이제 이쪽 장르의 영화도 많이 만들어질 때가 됐다. 법정에는 소재가 얼마나 무궁무진한가. 흔히들 우리나라는 배심원 제도가 없어서 법정드라마를 만들면 드라마적 긴장감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 그동안 우리영화 가운데 법정 장면에 자문을 해준 적이 있나? 있다. <바람난 가족> 같은 거. 아니면 <인디언 썸머> 같은 영화에서. 많지는 않았다. 꼭 변호사가 나오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법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가 아니더라도, 조광희는 법률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영화 일을 하는 게 전혀 엉뚱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둘은 밀접하게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고 법률 역시 그 점에 있어서 똑같다는 것이다. "법이란 건 사람과 세상의 일에 대해 격자 같은 걸 짜놓고 얘기하는 셈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들 법이라고 하는 걸 격자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한다. 하지만 진짜 법, 혹은 법이 하는 진짜 일은 그 격자를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혹은 시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짜는 일이다. 그리로 그렇게 새로 짜놓은 격자를 통해 사람이 사는 일,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같이 얘기하자고 하는 것이다. 결국 법이나 영화나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일종의 인생철학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 그래서 법이나 영화나 똑같다? 사람이 살아가는 건 똑같으니까. 그 사람에 대해서 얘기한다는 측면에서는 똑같으니까. - 좋다. 근데 왜 영화사 '봄'인가? 몇 년 전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의를 받아 왔다.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회사다. - '봄'도, 당신의 전문 식견을 빌려 요즘 다른 많은 영화사들이 그러는 것처럼 '우회상장'을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고? '봄'이 그런 일을 하려 한다면 아마 말리거나 관둘 것 같은데? - 그 '우회상장' 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난 좀 부정적이다. 영화사도 기업이니까 자본을 키우려는 방법은 여러가지로 모색할 수 있으나 기업이란 건 자연스럽게 성장할 때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 왜 요즘 그런 일들이 잦다고 생각하나? 사람들이 그러더라. 마치 한때 바람이 불었던 IT 붐과도 같은 거라고. 아마도 곧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산업이 고도로 산업화되는 과정 속에서 생기는 약간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 요즘의 영화계를 어떻게 보나. 글쎄…. 예전에는 영화사업이라고 하면 영화 쪽에 방점이 찍혀져 있었는데 요즘엔 사업 쪽에 방점이 찍히고 있는 것 같다. 그건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일종의 창조성의 위기 같은 것도 자꾸 얘기되는 것 같고. 당신이 아마 요즘들어 부쩍 '한국영화의 미학적 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 당신은 동의하지 않는가? 동의한다. 약간은. 그러나 당신처럼 어둡고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 스크린쿼터에 대해서도 정부 방침에 비판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인 가운데서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다만 이제 시행령까지 만들어져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봤을 때 이미 강을 건넌 형국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고 본다. 미국과의 FTA는 협상이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며, 아예 협상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스크린쿼터는 원래대로 복원돼야 한다고 본다. 그는 요즘 한시적으로 한두 달간 정도 강금실 시장후보 캠프에서 대변인 직을 맡아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프레시안 무비> 쪽에서나, 조광희 변호사 쪽에서나 정치색을 완전히 빼자는 조건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자칫 오해를 받을 수도 있거니와 그런 얘기라면 사람들이 신물이 난다고 진저리를 칠 수도 있으니까. - 근데 그러다가 계속해서 '그 일'을 하게 되는 건 아닌가?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예정대로 5월말이 되면 영화사 '봄'의 제작본부장이 된다. - 그래도 혹시…. 아 그런 일 없을 거라니까요! - 서울시가 영화계를 위해 해야 할 일 같은 거는 생각해 봤나? 생각 안 해봤다. 음…. 근데 요즘 <프레시안>을 보니까 <10%대 운동>을 하는 것 같더라. 그거 좋던데? 서울시장이 누가 되더라도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10%대 운동> 같은 것은 후원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그것 참 좋은 아이디어다. 근데 우리쪽 후보 얘기 좀 해도 되나? - 안된다. 그만 인터뷰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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