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를 육성해 온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한다."
일본이 교육기본법에 이같은 표현을 넣어 애국심 교육을 장려키로 했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민당이 합의한 이 문구를 놓고 일본 각계가 반발하고 있다.
최근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을 비롯해 각 분야에서 2차대전 패전국 이전의 소위 '보통국가'로 돌아가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한 논란이 이번에는 교육에서 확산될 전망이다. 더욱이 얼마 전 일본은 고교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독도'의 영유권 표기 및 침략전쟁의 역사 서술 문제 등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어 동아시아 각국도 우려의 시선으로 이번 법개정을 바라보고 있다.
***교육기본법에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한다" 문구 삽입**
자민당과 공명당은 12일 교육기본법 개정 여당협의회를 열어 그간 가장 큰 논란을 빚어 왔던 애국심에 대해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한다"는 문구의 타협안에 합의하고 13일 다시 여당협의회를 개최해 현행 교육기본법이 개인의 권리존중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 문구를 개정안 전문(前文)에 삽입키로 했다.
이로써 2003년 이래 68차례나 교육기본법개정협의회 회의를 거듭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던 교육기본법이 1947년 연합군총사령부 주도로 제정된 이래 처음으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개인의 존엄'을 교육의 기본 이념으로 설정해 온 일본 교육이 전환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공동여당의 절충안이 마련됨에 따라 일본 정부는 구체적 입법안을 마련한 뒤 4월말 국회에 제출하고 오는 6월 정기국회 회기 중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자민당은 애국심을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할 것을 주장했으나 공명당이 해당 표현이 2차대전전의 국가주의를 상기시킨다며 "국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표현하자고 주장해 왔다.
공명당이 '애국심' 표현에 민감한 것은 지지단체인 창가학회 초대 및 2대 회장이 불경죄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되는 등의 수난을 겪었던 경험 때문이다.
***"히노마루, 기미가요, 천황 교육 부활하나" 우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의 일부 교사단체들을 비롯한 각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국가주의 교육이 부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일동포 사회도 일본 사회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자녀들의 피해를 걱정하는 모습이다.
일본교직원조합은 이날 긴급집회를 열고 "개인의 내면과 마음을 구속하는 내용의 이번 기본법은 근대법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또 이 단체는 "헌법과 표리일체인 중요한 기본법을 자민당과 공명당이 밀실에서 논의해 법안을 만들었다"며 법안 개정 과정상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전통을 누가 정의할 것이냐"며 법안의 부작용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미 지난 1999년 국기ㆍ국가법이 제정된 후 일본은 국가주의 교육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재일동포 사회는 "재일 한국인들이 점점 더 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전통과 문화의 계승'이라는 명분으로 히노마루(일본의 국기), 기미가요(일본의 국가), 천황 등이 교육에 반영되고 이같은 내용을 평가하는 항목까지 생길 가능성이 높아 재일동포 자녀들의 학교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타협안 마련에 앞장서 온 오시마 다다모리 협의회 좌장은 기자들에게 "국가의 개념에 정부 등 통합기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정기국회 처리를 전후해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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