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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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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탱고?

[한재권의 Mosic & Muvie] 샐리 포터의 <탱고 레슨>

바야흐로 스포츠 댄스 붐이다. 곱게 빗어넘긴 머리에 착 달라붙는 연미복, 키와 상관없이 상대방을 살짝 내려다보는 시선 처리에, 입가에 머금은 미소로 일관하는 남성 무용수의 움직임을 주시하다보면 어느덧 모든 남성들의 마음 속에서는 스텝을 밟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춤이라고 하면 대개 안 좋은 쪽으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곤 했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춤은 도시생활자들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고급취미이자 소위 '있어 보이는' 여가 활동이 된 지 오래다. 탱고는 스포츠 댄스의 백미라고들 한다. 대개 브라질 전통음악에 맞춰 춤추는 라틴 계열 댄스 중에서 유독 탱고만은 멜랭가와 더불어 아르헨티나로부터 시작된 춤이고, 움직임도 여간 매력적이지 않다. 우선 남녀가 한치의 차이를 두고 마주본 채 무표정한 포커 페이스로 일관하며 절도있는 움직임을 통해 서로의 열정을 전달한다는 이 춤의 방식도 그렇거니와, 리듬 위주의 브라질 음악에 비해 선율 위주의 음악이 주는 묘한 감동도 한국인들의 정서에 훨씬 잘 맞지 않나 싶다.
무용의 명문 영국왕립 현대무용학교 출신으로써 리미티드 댄스 컴퍼니의 설립자 겸 안무감독으로 유명한 여류 감독 샐리 포터는 1997년 자기 자신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발표한 <탱고 레슨>을 통해 아련한 흑백영상이 첨가되어 있는, 12개의 장으로 나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탱고가 가진 그윽한 마력을 전달했다. 그녀는 이미 1993년, 아무도 원작을 영화화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발표했던 <올란도>라는 영화로, 발표와 동시에 세계 영화계로부터 주목을 받았고, <탱고 레슨>의 제작에는 가까운 일본을 포함한 자그마치 11개국, 19개의 제작사가 관여함으로써 상업영화가 아닌 그것도 일반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장르 영화임에도 역사상 초유의 인터내셔널 프로젝트가 됐다. 영화는 차기작으로 심리스릴러를 준비 중이던 샐리 포터가 촬영지 헌팅 차 들른 파리에서 우연히 접하게 되는 탱고 공연으로 시작된다. 탱고의 매력에 흠뻑 젖은 샐리는 탱게로(탱고에서 남자 무용수를 지칭-편집자) 파블로에게 자신의 영화에 출연해줄 것과 자신에게 탱고 레슨을 해줄 것을 부탁한다. 영화는 선생님인 파블로와 두 명의 남자 무용수, 그리고 그들에게 12주간의 강도 높은 탱고 레슨을 받는 샐리 포터 자신의 모습을 통해 심리 스릴러 이상의 칼끝 같은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흑백영상이 가미된 이 영화는 영화 자체보다 <탱고 레슨>이라는 프로젝트 아래 모인 각 분야의 예술가들의 면면을 훑어볼 수 있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다. 우선 무용가 출신의 샐리 포터 감독이 바라보는 탱고라는 미지의 무용 세계가 그렇고, 실제로 거물급 탱게로인 파블로 베론이 연기하는 영화 속의 모습도 이채롭다. 특히 촬영을 담당한 로비 뮬러는 춤이라는 현란한 움직임을 모노크롬으로 담담하게 잡아냈다.
탱고 레슨 ⓒ프레시안무비
그리고 단출해 보이긴 하지만 (흑백으로 촬영된 장면이 가미되다 보니 더더욱!) 무용수들의 맵시나는 몸을 돋보이게 만든 의상은 현재 유럽 패션계를 호령하는 존 크라우사가 직접 제작한 것이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여기에 샐리 포터 감독과 프레드 프리스 음악감독이 함께 선곡하고 작업한 음악은 고전, 현대 탱고 음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총 20곡이 담긴 <탱고 레슨>의 OST에는 피아졸라를 비롯한 현대 탱고 음악의 거장 휴고 디아즈를 비롯, 첼로의 슈퍼스타 요요 마, 탱고 연주계의 불세출의 밴드, The Klezmatics, 카를로스 가르벨 등 기라성 같은 탱고 뮤지션들의 연주가 즐비하다. 예술영화의 전형을 취하고 있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고, 그 어떤 액션영화보다 현란한 움직임이 가득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윽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흑백영화를 접하고 싶다면 <탱고 레슨>은 강추 리스트 단연 넘버 원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DVD로 발매되진 않았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에 아마존이나 다른 구매 싸이트를 통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절대 빌려서 보지 말 것! 반드시 소장해야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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