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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매치 포인트 Match Point

감독,각본 우디 앨런 출연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 스칼렛 요한슨, 에밀리 모티머, 매튜 굿 수입,배급 CJ엔터테인먼트 | 등급 18세 관람가 | 시간 123분 | 2005년 부인 몰래 또 다른 여성과 혼외정사에 빠져있는 크리스(조나단 라이 메이어스)는 어렸을 때부터 알아 온 한 친구에게만큼은 자신의 엄청난 비밀을 털어 놓는다. 두 여자 사이에서 어쩌지 못하는 크리스를 향해 친구는, 아내를 포기할 만큼 애인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나 크리스는 그런 친구의 힐난에 대해 상기된 표정으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둘 다 사랑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 사랑의 색깔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장면이 나올 때쯤 크리스의 인생은 파국으로 치닫기 일보직전이다. 그는 한편으로는 안락하고 출세지향적인 현재적 삶과 또 한편으로는 동시에 뜨거운 욕망이 충족되는 삶이 어쩌면 모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는 결과적으로 엄청난 선택을 하고 말지만 이 이야기를 꾸민 우디 앨런 감독은 그 과정에서 흔히들 내리고 마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다소 '놀라운 선택'을 한다. 크리스의 선택은 윤리적으로 올바른 것이었는가, 쉽게 말해서 인간이 할 짓이었는가에 대해 우디 앨런은 과감하게 입을 다물어 버린다. 아마도 그 같은 가치 판단은 자신과 같은 사람이 내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오랜 조강지처인 미아 패로우를 버리고 수십년 연하이자 한때 자신의 양녀였던 순이 프레빈과 열애 끝에 결합했다. 물론 미아 패로우 전에는 다이안 키튼과의 관계를 정리해야만 했다.
매치 포인트 Match Point ⓒ프레시안무비
아무리 영화의 결말이 도덕적 논쟁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비겁하게 작가의 전력, 특히 독특했던 그의 애정편력을 갖다 들이댈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디 앨런의 이번 영화 <매치 포인트>에는 그 같은 자신의 과거사와 그 과정에서 겪었던 심리적 경험들이 많이 작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가 매우 통속적이고 고전적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반대로 전혀 통속적이지 않고 현대적인 이유는 거기에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 겪는 애정사는 많은 사람들이 흔히들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일 수 있지만 그 얘기의 끝맺음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 <매치 포인트>는 통속적인 내용이지만 통속적인 도덕관과 사회윤리관을 배제함으로써 통속성에서 벗어나 있는, 매우 기이하고 특별한 작품이다. 겉모양만으로 놓고 볼 때 이 영화는 영화 전편에 흐르는 '라 트라비아타' 류의 오페라 음악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일단 매우 클래시컬하다는 인상을 준다. 아마도 그건 우디 앨런이, 그렇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했던 뉴욕을 거의 처음으로 벗어나 영국 올 로케로 찍은 영화여서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 세인트 제임스 공원 등 영화 속 런던의 명소는 유럽의 고전적 화풍의 그림 한 점을 쏙 빼닮아 있다. 영화 매니아가 아닌 한 신세대 관객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겠지만 <매치 포인트>는 조지 스티븐스 감독(제임스 딘과 록 허드슨,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나왔던 <자인언트>를 만든 바로 그 감독!)의 1951년작이자 몽고메리 클리프트 최고의 히트작 가운데 하나인 <젊은이의 양지>를 닮아 있다. <젊은이의 양지>의 주인공 조지 역시 가난한 집안의 젊은이로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어느 날 한 부호의 파티에서 시중을 들다가 안젤라(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 전부터 만나고 있던 여공 엘리스(셸리 윈터스)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엘리스는 조지의 아기를 임신하게 된다. <매치 포인트>에서도 노라(스칼렛 요한슨)는 크리스의 아이를 가진 후 부인인 클로에(에밀리 모티머)에게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며 그를 협박한다.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에게서 과거 몽고메리 클리프트의 페르소나가 읽혀지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메이어스는 클리프트가 그랬던 것처럼 '착한 얼굴을 지녔지만 눈동자를 들여다 보면 엄청난 욕망의 한 가운데서 고뇌하는 영혼이 느껴지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클리프트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어쨌든 우디 앨런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젊은이의 양지>를 머릿 속에 떠올렸던 게 분명해 보인다. 남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영화를 만든 적이 결코 없는 우디 앨런으로서는 그래서 더욱더 뉴욕으로부터 도망쳐서 런던에서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매치 포인트>는 가난하게 자라서 테니스 선수와 강사생활을 하던 청년 크리스가 갑부집 딸 클로에를 만나 결국 신분상승의 꿈을 이루지만 아내의 오빠가 사귀던 뇌쇄적인 미모의 여자 노라와 불륜의 관계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그녀의 집요한 애정공세에 시달리게 된다는 이야기가 중심축이다. 우디 앨런이 내린 이번 영화의 파격적인 결말에 대해 일부 젊은 관객들은 분통을 터뜨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들일수록 그의 이번 결론에서 역설적인 리얼리티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당신이크리스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매치 포인트>는 해답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질문을 위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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