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협동조합(수협)이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한 수산물이 각 학교의 영양사들로부터 "역한 냄새가 나는 조갯살이나 새우살", "석유 냄새가 나는 홍합살", "설탕을 듬뿍 넣어도 짠 다시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은 물건" 등의 평가를 받았던 사실이 12일 밝혀졌다.
수협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직영 급식을 하는 2228곳의 초·중·고교 가운데 644곳(28.9%)에 수산물을 공급하고 있으며, 학교급식 재료 공급업계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협이 납품한 수산물에 8개월 간 650여 학교서 409건의 클레임"**
12일 〈한겨레〉는 수협중앙회 급식사업팀 소속인 22곳의 영업점 점장들이 기록한 '2004년 클레임 일지(이하 일지)'를 인용해, 수협이 벌레와 녹슨 못 등 각종 이물질이 섞이거나 상한 수산물을 학교에 급식용으로 납품했다고 보도했다. 일지에 따르면 2004년 수협이 650여 곳의 학교에 수산물을 공급하는 가운데 409건의 항의 및 시정요청(클레임)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생선살이 상해 도저히 먹을 수 없다는 지적을 받은 게 102건에 이르며 녹슨 못, 파리, 집게벌레 등 각종 이물질이나 벌레가 나왔다는 항의도 72건에 달했다. 또 요구한 조건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게 173건, 냉동 불량이 15건, 원산지가 다르거나 엉뚱한 제품 등이 47건이었다.
***수협 "기사의 일부는 사실, 수작업 많은 수산물 특성 탓"**
이에 대해 수협 측은 클레임 일지의 내용은 각급 학교에서 전화한 내용을 메모한 것에 불과하여 신뢰도가 낮을 뿐 아니라, 그것을 모두 사실로 인정한다 해도 2004년 총 납품건수 26만 건에 비하면 매우 낮은 비율이라며 보도의 의미를 축소했다.
또 수협은 기사에 소개된 사례 중 2004년에 못과 지푸라기가 검출된 사실은 인정했지만, 기사 전체가 사실인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2004년 학교 급식에서 이물질이 검출된 것에 대해서는 수산물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 이뤄지는 까닭에 수작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뒤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수협은 금속이나 벌레 등의 위해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이물질선별기와 금속탐지기를 원재료 수매 단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식약청 "사실로 판명될 경우, 수협을 형사고발하겠다"**
한편 수협을 관할하는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13일부터 수협에 대한 특별감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해양수산부 감사관실 담당자는 "〈한겨레〉 기사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제도적으로 가능한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12일부터 수협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기사에 보도된 것처럼 벌레와 못 등 이물질이 섞인 수산물을 납품했는지와 이에 대한 일선 학교의 시정 요청을 묵살했는지가 조사의 초점이다. 식약청은 보도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수협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결과 기사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식약청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2002년 12월 식약청은 수협을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적용 업체로 지정하고, 매년 기준 적용 여부를 점검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도 식약청의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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